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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horism

메타'비평'

by 정강산 2017. 4. 1.

2017년 3월 26일


어쩌면 결국 비평이란 본질적인 수준에서 자기를 찾는 과정이고, 적절한 때에 상징들의 유입을 차단하고 의미를 절단하는 과정이다. 누군가의 텍스트에 몰두해있을때, 이른바 학습이라는 것을 할때 우리는 발화자가 전제하는 언어체계와 개념적 구분, 뉘앙스 등등에 동기화된다. 그것은 한편으로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거나 그것을 말소하에 둠으로써, 타자의 상징의 그물망에 포섭되는 것이다. 이 수준은 한편으로 이데올로그, 테크노크라트들이 머무르는 공간이기도 하다. 한편 비평적 인식론 또한 마찬가지로 일정수준에서의 소여의 텍스트로의 진입, 타자의 개념에 대한 적당한 동기화 이전에는 취해질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 '비평'이란 의미의 가장 순수한 층위에서 훌륭히 현현하는 비평은, 텍스트의 온전한 승인, 그와의 합일을 거부한 채 그 의미망의 한 가운데에서 행해지는 판단중지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텍스트 내부에서 자신의 욕망을 융기시키는 것, 소여의 텍스트를 대상화된 형식으로, 하나의 객체로서 다루기 위함이다. 담론에 참여한다는 것은 결국 자기를 배제하고 이뤄질 수 없는 것으로서, 발화 행위자에 한해 말하자면, 이렇게 텍스트와 자신 사이의 거리를 취하는 과정을, 그 속에서 주체와 객체의 관계를 확립하는 과정을 우리는 비평이라 한다. 이는 한편으로 비평이 부르주아적 개인으로서의 '나'로부터 인식하는 주인으로서의 '나'를 찾는 기획이 되어야함을 말한다. 이런 맥락에서 거의 대부분의 텍스트들이 개인의 창의성과 능력으로 소급되는 것처럼 보이는 세계에 들어섰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 비평은 일찍이 죽었다고, 기꺼이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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