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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25

그대들, 어떻게...살 수나 있겠는가: 복합 위기 속 지옥불반도 (뉴스페이퍼 제4호(2023.12.20)에 선게재됨.) 정강산 동시대 한국은 ‘지옥불반도’라는 수식이 약하게 느껴질 만큼 궁지에 내몰려 있다. 요컨대 사람들이 제도정치에 효능감을 가지지 못한다. 정치 위기다. 묻지마/쾌락형 살인과 도를 넘은 민원/갑질에 죽어나가는 이들이 속출한다. 윤리 위기다. 과로사가 줄을 잇고, 청년층은 자녀를 갖지 않으며, 노년층은 눈치와 빈곤 속에 목숨을 끊는다. 재생산 위기다. 이 모든 증상을 규정하는 하나의 메타적 위기가 있다면, 단연 변혁운동의 위기라 해도 좋다. 변혁운동의 위기는 곧 대안 서사의 망실이자 대항 주체의 소멸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나의 실존적 고통이 내 부족함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현 세계로부터 부당하게 부과된 것이라는 서사와, 지금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세계.. 2024. 2. 15.
“뱀파이어와 좀비, 혹은 자본주의와 종말을 사유하기”에 대한 토론문 [2022 한국문화연구학회 11월 월례발표회(2022.11.15.) 토론을 위한 글] *김형식의 “뱀파이어와 좀비의 조우, 혹은 자본주의와 종말의 관계: 짐 자무쉬 영화와 맥스 브룩스의 단편 소설을 중심으로”에 대한 논평 “뱀파이어와 좀비, 혹은 자본주의와 종말을 사유하기”에 대한 토론문 정강산 우선 괴담이 일단 대중적인 코드로 성립하기 이전에, 그 발생론 자체에서도 자본주의의 규정을 읽어내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제임슨의 표현대로, 정치적 무의식이 표현되는 최초의 순간을 재구성해내는 작업을 통해 우리는 문화적 대상물들을 역사화할 수 있게 되며, 그를 통해 역사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김형식의 다른 저작들에서는 그 발생론에 관한 부분이 비중있게 다뤄지는지 모르겠으나, 일단 본 작업에서는.. 2023. 11. 28.
“탈정치의 정치화 속에서 주체화된 이들과 이념을 나눌 수 있는 조건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2022년 6월 1일 맑스코뮤날레 콜로키움 "한국 맑스주의는 어디에서 왔는가: 맑스코뮤날레의 계보와 유산 그리고 미래" 토론을 위해 작성한 글) “탈정치의 정치화 속에서 주체화된 이들과 이념을 나눌 수 있는 조건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정강산 무엇이 진정한 마르크스주의이냐는 질문을 차치하고, 역사적 마르크스주의의 흔적 일반을 더듬어보자면- 한국 마르크스주의의 기원 자체는 1920년대 일제강점기 하 러시아, 일본 등 해외 유학생들에서 연원했으며, 이것이 조선공산당- 북조선노동당/ 남조선노동당 - 조선노동당 등으로 이어져온 시원이 된다. 한국전쟁에 이은 분단 이후의 극도의 반공주의 하에서 그와 같이 세력화된 좌파의 명맥은 사실상 전멸에 가깝게 끊겼으나, 70-80년대의 학생운동과 더불어 서서히 다시 모습.. 2022. 6. 7.
김세은 작가론: 제 1자연의 부재를 감내하기, 제 2자연에 머무르기 (에 선게재된 원고입니다.) 정강산 무언가 그려지고 있다는 것은 그려지는 대상이 주목되고 있다는 것이고, 무언가 주목된다는 것은 그것이 알려져야 할 것, 말해져야 할 것으로 성립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이 지점에서 ‘그려진 것’은 지표로서의 역사와 필연적으로 관계한다. 달리말해, 그린다는 것은 언제나 실재를 간취하는 실천이었고, 특정한 시대를 표지해내는 흔적이었으며, 해석을 요구하는 알레고리적 행위였다. 무언가를 가시적으로 벼려내는 작업은 그와 같은 실천을 가능케 한 실재의 지평에서 적절히 맥락화 되지 않을 수 없다. 역사의 지진계, 혹은 세계의 무의식적 자동기술장치로서의 회화(예술)의 존재론이 그 근거를 얻는 지평은 바로 이곳이다. 그렇다면 김세은의 작업은 오늘날의 세계를 어떻게 보존하고 있을까?.. 2020.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