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26 최은철 개인전_〈요제프 하이든을 위한 골상악 세레나데〉(광명, 오분의일, 2024.9.3.-9.29)을 위한 노트 *‘틀’ ‘규격화’ ‘편집증적 과학에 대한 오류’와 같은 부분은 선생님의 직접적인 작업 주제이기도 하고, 작가노트를 통해 충분히 암시가 된 거 같아 제가 개입하게 되면 외려 군더더기가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제안해주신 ‘삶과 죽음에 대한 짤막한 에세이’를 만들어 보는 게 보다 우회적으로 맥락을 풍부하게 할 수 있을거라 판단하고 그런 작업들을 몇 개 준비해봤습니다. 홑화살괄호 ‘’로 각각의 버전을 표시했고, 이 중 작가님께서 낫다고 생각되는 것을 골라서 배치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각 버전 아래에는 이탤릭체로 해당 버전을 작성하게 된 배경과 의도를 포함해 대략의 개요를 적어두었으니 참고하시면 됩니다. 감바스에 다양한 재료를 넣길 좋아하던 124년 전 죽은 스페인의 바티스타(Ba.. 2024. 9. 20. 그대들, 어떻게...살 수나 있겠는가: 복합 위기 속 지옥불반도 (뉴스페이퍼 제4호(2023.12.20)에 선게재됨.) 정강산 동시대 한국은 ‘지옥불반도’라는 수식이 약하게 느껴질 만큼 궁지에 내몰려 있다. 요컨대 사람들이 제도정치에 효능감을 가지지 못한다. 정치 위기다. 묻지마/쾌락형 살인과 도를 넘은 민원/갑질에 죽어나가는 이들이 속출한다. 윤리 위기다. 과로사가 줄을 잇고, 청년층은 자녀를 갖지 않으며, 노년층은 눈치와 빈곤 속에 목숨을 끊는다. 재생산 위기다. 이 모든 증상을 규정하는 하나의 메타적 위기가 있다면, 단연 변혁운동의 위기라 해도 좋다. 변혁운동의 위기는 곧 대안 서사의 망실이자 대항 주체의 소멸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나의 실존적 고통이 내 부족함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현 세계로부터 부당하게 부과된 것이라는 서사와, 지금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세계.. 2024. 2. 15. “뱀파이어와 좀비, 혹은 자본주의와 종말을 사유하기”에 대한 토론문 [2022 한국문화연구학회 11월 월례발표회(2022.11.15.) 토론을 위한 글] *김형식의 “뱀파이어와 좀비의 조우, 혹은 자본주의와 종말의 관계: 짐 자무쉬 영화와 맥스 브룩스의 단편 소설을 중심으로”에 대한 논평 “뱀파이어와 좀비, 혹은 자본주의와 종말을 사유하기”에 대한 토론문 정강산 우선 괴담이 일단 대중적인 코드로 성립하기 이전에, 그 발생론 자체에서도 자본주의의 규정을 읽어내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제임슨의 표현대로, 정치적 무의식이 표현되는 최초의 순간을 재구성해내는 작업을 통해 우리는 문화적 대상물들을 역사화할 수 있게 되며, 그를 통해 역사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김형식의 다른 저작들에서는 그 발생론에 관한 부분이 비중있게 다뤄지는지 모르겠으나, 일단 본 작업에서는.. 2023. 11. 28. “탈정치의 정치화 속에서 주체화된 이들과 이념을 나눌 수 있는 조건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2022년 6월 1일 맑스코뮤날레 콜로키움 "한국 맑스주의는 어디에서 왔는가: 맑스코뮤날레의 계보와 유산 그리고 미래" 토론을 위해 작성한 글) “탈정치의 정치화 속에서 주체화된 이들과 이념을 나눌 수 있는 조건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정강산 무엇이 진정한 마르크스주의이냐는 질문을 차치하고, 역사적 마르크스주의의 흔적 일반을 더듬어보자면- 한국 마르크스주의의 기원 자체는 1920년대 일제강점기 하 러시아, 일본 등 해외 유학생들에서 연원했으며, 이것이 조선공산당- 북조선노동당/ 남조선노동당 - 조선노동당 등으로 이어져온 시원이 된다. 한국전쟁에 이은 분단 이후의 극도의 반공주의 하에서 그와 같이 세력화된 좌파의 명맥은 사실상 전멸에 가깝게 끊겼으나, 70-80년대의 학생운동과 더불어 서서히 다시 모습.. 2022. 6. 7. 이전 1 2 3 4 ···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