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86 문명을 향한 허무의 일점사(concentrated fire): 간략한 최은철 작가론 [2024 수원 아트스튜디오 푸른지대창작샘터 4기 레지던시 결과보고전,(2024.10.18-11.10)를 위해 작성된 글.수원문화재단 레지던지 도록에 선게재됨.] 정강산 1.《요제프 하이든을 위한 골상악 세레나데》에서 제시된 일련의 작업을 논하기에 앞서 최은철의 전작들로 돌아 가보자. 적어도 2017년 이후 현재까지, 최은철이 매료된 주제는 ‘문명과 시간’으로 비친다. 우선 수백 개의 동그란 시멘트 원판 위에 순백색의 녹인 설탕을 올려 에메랄드빛 색소를 덧입힌 작업 (2017)에서 그 같은 기류가 포착된다. 이 작업은 자잘하게 나뉘어가는 빙붕(ice shelf)과 빙산(iceberg)을 연상케 하며, 시멘트로 표상되는 ‘문명’ 위에서 설탕으로 조형된 채 ‘시간’에 따라 녹아 사라지는 극지를 떠올리게.. 2025. 7. 4. 가속주의를 변호하며 [공간 힘 전시 (2024.11.5-12.1)에 설치된 글.] 정강산 가속주의의 멜랑콜리 2013년 이후, 윤리적 정념이 넘치는 텍스트 가속주의 정치를 위한 선언>과 함께 ‘가속주의(accelerationism)’라는 개념이 전 세계의 독서 대중을 휩쓸었다. 그 전까지 그 개념은 그다지 균일한 용례를 지니진 않았다. SF작가 로저 젤라즈니(Roger Zelazny)의 소설 빚의 군주(Lord of Light)>(1967)에서 과학기술을 독점한 지배계급에 맞서 과학을 촉진하려는 세력의 이념으로 제기된 후, 2010년 비판이론 연구자 벤자민 노이스(Benjamin Noys)에 의해 ‘자본주의 내 특정 역학을 (자본주의의 지양을 위해) 가속하길 제안하는 68혁명 직후 나타난 프랑스 철학의 조류’를 가리키는 .. 2025. 7. 4. 최은철 개인전_〈요제프 하이든을 위한 골상악 세레나데〉(광명, 오분의일, 2024.9.3.-9.29)을 위한 노트 *‘틀’ ‘규격화’ ‘편집증적 과학에 대한 오류’와 같은 부분은 선생님의 직접적인 작업 주제이기도 하고, 작가노트를 통해 충분히 암시가 된 거 같아 제가 개입하게 되면 외려 군더더기가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제안해주신 ‘삶과 죽음에 대한 짤막한 에세이’를 만들어 보는 게 보다 우회적으로 맥락을 풍부하게 할 수 있을거라 판단하고 그런 작업들을 몇 개 준비해봤습니다. 홑화살괄호 ‘’로 각각의 버전을 표시했고, 이 중 작가님께서 낫다고 생각되는 것을 골라서 배치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각 버전 아래에는 이탤릭체로 해당 버전을 작성하게 된 배경과 의도를 포함해 대략의 개요를 적어두었으니 참고하시면 됩니다. 감바스에 다양한 재료를 넣길 좋아하던 124년 전 죽은 스페인의 바티스타(Ba.. 2024. 9. 20. 자본주의 구조위기의 리비도 형세: ‘암울한 세대’ 너머의 감정사를 향하여 [2024. 2. 9_ 117호(2024년 봄)에 선게재된 글. 인용은 을 참고.] 정강산 유토피아가 지평선에 보인다. 내가 두 걸음 앞으로 내디디면, 유토피아는 두 걸음 멀어진다. 내가 열 걸음 앞으로 걸어가면 유토피아는 열 걸음 앞으로 도망간다. (...) 유토피아는 우리가 걸어가는데 쓸모가 있다. -에두아르도 갈레아노(Eduardo Galeano) 발전된 자본주의 국가에서 우울, 비관, 낙담, 고립의 감상이 지배적으로 대두되는 것은 보편적으로 관측되는 현상이다. 마르크스식 표현을 빌리자면, 절망이라는 유령이 세계를 배회하고 있다고 해도 좋다. 이 같은 감정사(history of emotions)는 흔히 세대(generation)의 형상에서 집약된다.한국의 경우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비정규.. 2024. 9. 20. 이전 1 2 3 4 ··· 4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