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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icism32

가속주의를 변호하며 [공간 힘 전시 (2024.11.5-12.1)에 설치된 글.] 정강산 가속주의의 멜랑콜리 2013년 이후, 윤리적 정념이 넘치는 텍스트 가속주의 정치를 위한 선언>과 함께 ‘가속주의(accelerationism)’라는 개념이 전 세계의 독서 대중을 휩쓸었다. 그 전까지 그 개념은 그다지 균일한 용례를 지니진 않았다. SF작가 로저 젤라즈니(Roger Zelazny)의 소설 빚의 군주(Lord of Light)>(1967)에서 과학기술을 독점한 지배계급에 맞서 과학을 촉진하려는 세력의 이념으로 제기된 후, 2010년 비판이론 연구자 벤자민 노이스(Benjamin Noys)에 의해 ‘자본주의 내 특정 역학을 (자본주의의 지양을 위해) 가속하길 제안하는 68혁명 직후 나타난 프랑스 철학의 조류’를 가리키는 .. 2025. 7. 4.
자본주의 구조위기의 리비도 형세: ‘암울한 세대’ 너머의 감정사를 향하여 [2024. 2. 9_ 117호(2024년 봄)에 선게재된 글. 인용은 을 참고.] 정강산 유토피아가 지평선에 보인다. 내가 두 걸음 앞으로 내디디면, 유토피아는 두 걸음 멀어진다. 내가 열 걸음 앞으로 걸어가면 유토피아는 열 걸음 앞으로 도망간다. (...) 유토피아는 우리가 걸어가는데 쓸모가 있다. -에두아르도 갈레아노(Eduardo Galeano) 발전된 자본주의 국가에서 우울, 비관, 낙담, 고립의 감상이 지배적으로 대두되는 것은 보편적으로 관측되는 현상이다. 마르크스식 표현을 빌리자면, 절망이라는 유령이 세계를 배회하고 있다고 해도 좋다. 이 같은 감정사(history of emotions)는 흔히 세대(generation)의 형상에서 집약된다.한국의 경우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비정규.. 2024. 9. 20.
미완의 질문: 보도연맹 이후 서정시를 쓸 수 있는가? [미술중심공간 보물섬 《아카이브 오브 스피릿츠 NO.2》(2023.9.20-10.15) 전시연계 포럼 "여기에 뼈가 있다"(10.8)를 위해 작성한 글. 웹진 에 선게재됨(2023.10).] 미완의 질문: 보도연맹 이후 서정시를 쓸 수 있는가? 정강산 “인간적 욕망은 ‘긍정적’으로 주어진 실재적 객체가 아니라 다른 욕망을 지향한다는 사실에 의해서 구별된다. (...)이러한 본질적 차이를 무시해 버리면 인간적 욕망은 동물적 욕구과 유사하다.” -A. 코제브(Alexandre Kojève) 나치가 기획한 홀로코스트가 600만 명의 유대인 사망자를 냈음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것은 그 규모와 집행체계 면에서 인류의 경악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천인공노할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경악은 언제나 자연발생적인 .. 2023. 11. 30.
화이트 큐브의 종언과 ‘컬러풀 홀’로의 이행: 동시대의 미술관은 무엇을 꿈꾸는가 (부산시립미술관 《과거는 자신이 줄거리를 갖고 있음을 드러낸다》(2023.9.26-12.17) 전시 연계 비평프로젝트 [미술관과 그 친구들]에 선게재됨) https://www.bma.reviews/ 미술관과 그 친구들 www.bma.reviews 화이트 큐브의 종언과 ‘컬러풀 홀’로의 이행: 동시대의 미술관은 무엇을 꿈꾸는가 정강산 “관리되는 세계에 의해 완전히 주조되지 않은 사람만이 그것에 대항할 수 있다.” -T.아도르노 2022년 4월, 부산시립미술관의 전시 는 휴양공간으로서 미술관을 전면에 내걸었다. 전시 자체가 “예술을 즐기는 공간이자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여가를 탐문하는 공간”을 표방한 만큼 각종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이 핵심이었다. 전시장 내 요가, 체조, 명상, 강연 등이 이뤄지는 공간이 할.. 2023. 1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