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88 기체 상태의 귀여움: 후기 자본주의 혹은 포스트 스펙터클 시대의 형이상학 [2025년 10월 1일 웹진 '퐁(pong)'에 선게재됨] 기체 상태의 귀여움: 후기 자본주의 혹은 포스트 스펙터클 시대의 형이상학 정강산 앞선 글에서 논증했듯, 화염병에서 촛불로, 촛불에서 응원봉으로의 전환은 각 시대 주체의 감성구조를 집약한다. 흥미를 끄는 사실은 이들 시위 오브제의 이행 과정이 뚜렷한 심미화 과정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우선 투박하고 거친 질감의 화염병이 소박하고 정돈된 질감의 촛불로, 이것이 곧 매끈하고 화려한 응원봉으로 이행하는 데에서 미감 자체의 정제됨이 두드러진다. 미학의 의미론적 차원에서도 이들은 점차 탈 기능화되고, 실용성을 벗어던지며, 하나의 자율적인 대상으로 성립해 가고 있다는 점에서 심미성으로 나아간다. 이 같은 과정은 오브제에서 위협성이 점차 제거되며 무해함이 .. 2026. 10. 24. 주체의 알레고리와 감성체제의 대분기(great divergence): 응원봉-이색깃발-케이팝 (2025년 10월 1일 에 선게재됨) 주체의 알레고리와 감성체제의 대분기(great divergence): 응원봉-이색깃발-케이팝 정강산 2024년 12월 7일부터 여의도에서 시작된 대통령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는 7일 만에 국회의 탄핵안 가결을 끌어냈고, 이어 20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로 하여금 탄핵을 인용하게 하여 윤석열을 파면하는 결과를 끌어냈다. 그러나 윤석열 탄핵 집회가 끌어내린 것은 윤석열만이 아니었다. 요컨대 윤석열 탄핵 집회는 구세대의 정서와 미감도 함께 끌어내렸다. 이번 탄핵 집회에서 전면화된 응원봉과 케이팝(K-pop)은 신세대의 정서와 미감(aesthetic sense)을 표지하는 아이콘으로, 새로운 미감을 지닌 주체가 감응하는 대상을 웅변적으로 드러냈다. 이를 감성체제의.. 2026. 8. 6. 문명을 향한 허무의 일점사(concentrated fire): 간략한 최은철 작가론 [2024 수원 아트스튜디오 푸른지대창작샘터 4기 레지던시 결과보고전,(2024.10.18-11.10)를 위해 작성된 글.수원문화재단 레지던지 도록에 선게재됨.] 정강산 1.《요제프 하이든을 위한 골상악 세레나데》에서 제시된 일련의 작업을 논하기에 앞서 최은철의 전작들로 돌아 가보자. 적어도 2017년 이후 현재까지, 최은철이 매료된 주제는 ‘문명과 시간’으로 비친다. 우선 수백 개의 동그란 시멘트 원판 위에 순백색의 녹인 설탕을 올려 에메랄드빛 색소를 덧입힌 작업 (2017)에서 그 같은 기류가 포착된다. 이 작업은 자잘하게 나뉘어가는 빙붕(ice shelf)과 빙산(iceberg)을 연상케 하며, 시멘트로 표상되는 ‘문명’ 위에서 설탕으로 조형된 채 ‘시간’에 따라 녹아 사라지는 극지를 떠올리게.. 2025. 7. 4. 가속주의를 변호하며 [공간 힘 전시 (2024.11.5-12.1)에 설치된 글.] 정강산 가속주의의 멜랑콜리 2013년 이후, 윤리적 정념이 넘치는 텍스트 가속주의 정치를 위한 선언>과 함께 ‘가속주의(accelerationism)’라는 개념이 전 세계의 독서 대중을 휩쓸었다. 그 전까지 그 개념은 그다지 균일한 용례를 지니진 않았다. SF작가 로저 젤라즈니(Roger Zelazny)의 소설 빚의 군주(Lord of Light)>(1967)에서 과학기술을 독점한 지배계급에 맞서 과학을 촉진하려는 세력의 이념으로 제기된 후, 2010년 비판이론 연구자 벤자민 노이스(Benjamin Noys)에 의해 ‘자본주의 내 특정 역학을 (자본주의의 지양을 위해) 가속하길 제안하는 68혁명 직후 나타난 프랑스 철학의 조류’를 가리키는 .. 2025. 7. 4. 이전 1 2 3 4 ··· 4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