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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4

기억의 과잉, 역사의 과소, 아디오스 프루스트: 프루스트적 시간론에 대한 비판적 시좌 (인용은 진보평론 82호에서 하셔요-) (전시 (8.9-8.13)에 선게재된 글.) 정치경제학 연구회 프닉스(pnyx)에서 발표한 버전으로 pdf를 수정했습니다.) 기억의 과잉, 역사의 과소, 아디오스 프루스트: 프루스트적 시간론에 대한 비판적 시좌 정강산 “우리는 기억 속에서 무엇이건 다 찾아내게 마련이다. 기억은 일종의 약국, 화학 실험실 같다. 아무렇게나 내민 손에, 어떤 때는 진정제가, 어떤 때는 위험한 독약이 잡힌다.” [각주:1]1) 1. 들어가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프루스트의 자전적 소설로 잘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소설의 화자 마르셀이 불현듯 찾아온 과거를 대면하게 되는 다음과 같은 구절은, 냄새를 통해 과거가 효과적이고도 생생하게 기억되는 현상을 가리켜 ‘프루스트 효과(Pro.. 2018. 8. 30.
모순을 품은 사회 개념들 마르크스에게 사회란 무엇일까? 우리는 흔히 제도적 의미에서의 사회가 마르크스가 알았던 유일한 ‘사회’였으며, 그에게 사회란 단순히 상부구조로서 조명될 뿐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마르크스가 사회를 언급하기 위해 주로 사용했던 개념-‘사회적 생산관계’, ‘사회적 노동’, ‘사회적 생산력’ 등-에서 ‘사회적’이라는 형용사는 ‘gesellschaftlich’로서, ‘sozial’과는 구분된다(sozial은 ‘사회문제’, ‘사회보장’, ‘사회국가’, ‘사회주의’, ‘사회정책’등의 용례로 쓰인다). 따라서 우리는 사회에 대한 두 개의 개념이 있고, 각각 그에 대응하는 ‘사회적인 것’의 개념을 설정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마르크스와 사회적인 것- 사회적인 것의 기원 밖에 놓인 사회적인 것의 자리」(󰡔한국.. 2017. 12. 9.
부정을 위해 객체를 파악하기: 유토피아의 이론가로서의 아도르노 Kasimir malevich, suprematismo dinamico(1915) 포스트모더니즘의 광풍 이후,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 이후, 수많은 이들이 앞 다퉈 근대성을 비판하며 헤겔을 죽은 개 취급했다. 그의 철학은 단선적인 역사 진보에 대한 목적론적 관념론으로 낙인이 찍혔으며, 폭력적인 이원론적 변증법을 통해 차이를 말살하는 전체주의의 기원으로 여겨졌고, 근대의 과정을 비극적인 재앙으로 점철시킨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젠 헤겔을 돌파했다고 설레발을 치는 갖은 담론적 흐름이 주를 이루게 되었다. 주체와 객체의 구분이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음을, 혹은 없어져야 함을 역설하는 여러 논의들을 마주하는 것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다. 허나 적어도 개념을 통해 국가와 자본주의에 대해 말하고자 .. 2017. 6. 23.
󰡔사회, 총체성, 그리고 역사Society, totality, and history󰡕 Rene Magritte ,In Praise of Dialectics(1937) Ross Wolfe[번역: 정강산] 변증법은 직접적인 정의를 피한다. 당연하게도, 변증법이 무엇이 아닌지를 말하는 것이, 그것이 무엇이라고 말하는 것보다 쉽다. 라살레Ferdinand Lassalle에 대적하여, 마르크스는 엥겔스에게 보낸 한 편지에서 “헤겔은 결코 수많은 구체적인 경우들을 일반 원리 아래 포함하는 것을 변증법이라고 서술한 적이 없다”고 언급했으며, 따라서 “(라살레의:역주)그 변증법적 방법은 잘못 적용되었다”1고 결론지었다. 블라디미르 레닌 역시 마찬가지로 러시아 마르크스주의의 설립자인 게오르기 플레하노프Georgii Plekhanov가 변증법을 “사례들의 총합”으로서 다룸으로써 오류에 빠졌다고 지적했으며,.. 2017. 6.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