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tudy

성매매를 바라보는 하나의 시선: “한국 성산업의 정치경제적 전환”

by 정강산 2017. 4. 1.

         2017, 3, 10에 작성된 글

    

          

 

         Kazimir Malevich, Spotrsmeny(1931)


여태껏 성매매와 관련된 담론은 많은 경우 그 윤리적 쟁점이 첨예하여 대게 이데올로기적인 수준에서의 논의양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성매매를 죄악으로서 간주하는 종교 윤리적 접근을 제외한다면, 적어도 이를 분석의 대상으로서 상정하는 흐름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거칠게 분류하자면 그것은 대략 다음과 같은 모습으로 양분 된다: 성매매를 여성에 대한 남성적 권력의 한 표현으로 간주하는 일반적인 페미니즘적 관점, 반대로 그것을 사회적으로 용인가능한 일종의 노동으로서 간주하는 자유주의적, 혹은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이 그것이다. 허나 성매매에 관한 한 양 방향의 논의는 좀처럼 종합되지 않으며, 대게 첨예하게 평행선을 그리는 만큼, 나름의 한계를 지니고 있다.


반면 김주희 이화여대 여성학 강사(이하 “필자”로 표기함)의 본 논문(김주희, 󰡔여성 ‘몸-증권화’를 통한 한국 성산업의 정치경제적 전환에 대한 연구󰡕, 󰡔경제와사회󰡕 통권 제111호, 2016)은 양자의 문제의식을 적절히 전유하여, 경제적 제도들과 연동되어 작동하는 일종의 사회적 현상으로서의 성매매를 탐구한다. 다시 말해 필자는 “‘불법 경제’로서의 성매매 경제가 ‘합법적인’ 공식 경제 부문과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를 신자유주의 금융화를 분석하는 논의의 연장에서 규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유흥업소 특화대출에서 드러나는 
성매매 산업과 금융경제의 연결고리


본 논문의 목표는 제일저축은행의 ‘유흥업소 특화대출’상품을 분석함으로써 성매매와 금융경제 사이의 핵심적인 고리를 규정하는 것이다. 유흥업소 특화대출은 주로 여성들로 구성된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출근을 계약함으로써 강남 소재 유흥업소 업주들로부터 받는 대출금(선불금)에 대한 차용증 서류 150% 정도를 담보로서 제출하여 받을 수 있는 대출상품을 일컫는다. 필자에 따르면, 유흥업소 특화대출은 금융화의 특징인 과잉거래 속에서 발생하는 산물로서, 제도적 측면에서는 “‘부실 대출’을 만회하여 BIS*1 비율을 높이고자 계속적인 차명대출*2을 만들어야 하는 환경”과 관계하며, 이데올로기적 측면에서는 성매매산업의 건재에 따른 높은 수익률의 기대와 채무 여성들에 대한 채무이행이 수월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전제에 기대고 있다.


한편 이는 저축은행의 수익구조와도 연관된 문제로서, 저축은행은 일반적인 1금융권에 비해 (예금 및 대출)금리가 높기에 결과적으로 예금 비율에 비해 대출비율이 현저히 낮은 경향을 띠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축은행은 예금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수익을 보장해줄 수 있는 여러 투기성 사업을 구상하게 되는데, 그 중 하나로 제시된 것이 한시적인 부동산 시장의 호황을 겨냥한 PF*2대출이었고, 이는 2011년 저축은행사태의 원인을 설명하는 가장 일반적인 이유로 제시되곤 한다. 필자에 따르면 이러한 PF 대출이 성매매산업에 적용된 특징적인 사례를 바로 ‘유흥업소 특화대출’에서 찾을 수 있다.


한편 이 대출의 심사를 담당했던 저축은행의 담당자의 증언에 따르면, 유흥업소 특화대출의 지급은 “대출희망금액, 종업원의 수, 선불금 서류 금액, 월 매출액, 룸 개수, 사업장 규모, 보증금 현황 등”을 지표로 하여 이뤄진다. 필자에 따르면, 이때 대출지급을 성사시키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룸살롱의 입지 조건”과 “여성들의 숫자”이나, 김천저축은행과 울산신용협동조합에서도 강남 이외의 지역에 사업장을 가진 업주에게 이와 유사한 대출 상품을 판매했던 전례가 있음을 감안할 때, 지리적 요인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여성들의 몸”이라 간주할 수 있다. 요컨대 “현재의 ‘과잉 거래’, 부채 경제의 국면에서 채무자의 ‘몸-증권화’는 성매매 산업이 달성할 미래 수익에 대한 예측, 금융 투자 상품으로서의 여성의 몸에 대한 신뢰를 경유하면서 젠더화된 효과를 갖는다”는 것이다. 이는 신자유주의 이후 대출의 확산에 따라 “개인의 삶 자체가 이윤의 원천이 되는 수탈의 원동력이 되”어가고 있음을 지적한 라파비차스(Lapavitsas)의 논의의 연장에서, 필자가 ‘삶-정치적’ 문제가 되어버린 여성 신체의 위상을 조명하는 근거이자, 본고에서 제기된 ‘몸-담보화(securitization)’라는 개념을 지탱하는 조건이기도 하다.


*1)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국제 결제은행의 약자이나, BIS (capital adequacy ratio)로서 국제결제은행이 정한 은행의 부실채권 등의 위험자산에 대한 자기자본 비율을 일컫는다. 국제 결제은행이 권장하고 있는 BIS비율은 8% 이상이며, 이 비율이 높을수록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2) 자신의 명의가 아닌, 타인의 명의를 통해 은행대출을 받는 경우를 일컫는다.
*3) Prpject Financing: 특정 프로젝트에서 예상되는 미래의 수익성을 근거로 지급되는 대출을 일컫는다.



‘꺾기’와 자산 유동화, 
빚에 대한 추심권을 증명하는 ‘차용증’


빚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로서의 채권을 관철하는, ‘차용증’은 “채권채무 관계를 증명하는 역할”을 하는 문서로서, 성매매 산업 종사자들이 주로 지급받는 “선불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사채업자, 업주, 금융업자, 혹은 개인투자자들로 이전되는- 선불금에 대한 채권은 이에 대한 차용증이 존재하는 한 성매매특별법과 관련된 조항과 관계없이, “여타의 차용증과 마찬가지로 민사 혹은 형사법적 수단을 통해 현금화될 수 있는 증서”로서 기능한다. 따라서 채권자들은 빚이 상환된 경우에도 차용증을 소지하길 선호한다. 그렇게 “차용증에 근거해 채권이 청구될 경우 여성들은 자신이 이미 대출금을 상환했노라고 증거를 찾아 직접 소명해야”하며, “여성들의 이자와 원금 부담을 더 늘리는, 일명 ‘꺾기’, 재대출의 과정”에선 이른바 “백지 차용증”이 빈번하게 생성되는데, 이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법적 효용성을 지닌다. 본고에서 인용된 조성목의 연구(조성목, 󰡔머니힐링: 고리사채의 역사와 피해, 그 치유법까지󰡕, 행복에너지, 2012)에 따르면, 이러한 ‘꺾기’야말로 이자가 이자를 낳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데, 요컨대 “이자 1억원을 받은 업자가 채무자의 사정을 봐주는 듯이 9000만원을 다시 빌려주면, 엄밀히 말해 이는 이자 납입일을 연기해주거나 유예해준 것에 불과한데도, 사채업자는 이 부분에 대해 고리의 이자를 붙여 다시 빌려준 9000만원을 자기자본금인 양 차용원금으로 상환 받아”가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이후 필자는 이러한 모든 채권상품들을 합법화하는 기제를, 1998년 제정된 󰡔자산 유동화에 관한 법률󰡕을 통해 생겨난 유동화 전문회사(special purpose company: SPC)의 설립에서 찾는데, 필자에 따르면 이에 따라 “자산보유자가 채권 등의 자산을 SPC에 양도하는 채권양도에 의한 금융기법이 본격화되었다“고 한다. 이 SPC의 설립이 승인된 시점은 한국의 금융화를 이해함에 있어서 상당히 결정적인데, 까닭인즉 수많은 은행들이 자사계열의 SPC를 거느리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시기가 IMF 사태 이후라는 점에서 감지되듯, 우리는 그것을 자산의 유동화 즉 금융시장의 급속한 팽창과 과잉거래경향의 심화를 촉진한 기제로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달리말해 ‘자산 유동화’란 이른바 증권 상품을 비롯한 숱한 파생상품들을 원리적으로 가능하게끔 하며, 채권에 대한 차용증(빚)을 자유롭게 매입하는 과정을 일컫는 이름에 다름 아닌 것이다. 이어 필자는 신용균 등의 2004년 연구를 따라, ”금융기관이 보유중인 개별대출채권 또는 만기, 상환방식, 이율 등이 유사한 다수의 채권을 한데 모아서(pooling) SPC에 결집시키고, SPC가 이를 기초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여 일반 대중에게 분산매각(증권화)하는 것이 이 제도의 핵심”이나, “각각의 과정들이 변형되고 반복되고 다양한 금융기법과 결합하면서 증권화 과정은 수많은 경우의 수로 존재”함을 지적한다.



수탈되는 삶: 
최종심급으로서의 여성의 몸


계속해서 필자는 흥미로운 테제들을 도출하는데, 그 중 특징적인 것은 ‘구체적인 인격적 예속의 관계가 지배적이었던 봉건제’와, ‘신분적 예속과 생산수단 양자로부터 동시에 자유로운 자본주의’ 간의 마르크스주의적 대비에 따라- 성매매 여성들이 처한 위상을 시기적으로 구분하는 대목이다. 필자는 이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이전 시대 성매매 여성들의 부채는 포주와의 인격적 대면 관계 속에서 발생하여 ‘불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이었지만 이제 성매매 여성들의 부채는 증권화 기법을 통해 이 시대 투자자 주체들의 ‘합법적 이해관계’ 속에 포섭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자본이 단순히 산업 영역에 자금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을 넘어, 리스크를 가공하여 투자자에게 중개하는 역할을 하는 현대의 금융화된 경제 영역 속에서 성매매 여성들의 채권은 누구나 구입 가능한 투자 상품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금융 시장에서 자기 책임감을 발휘하는 투자자 주체들부터 미등록 사채업자들까지 현재의 금융 경제를 구성하고 있는 다종다양한 사람들이 채무자들의 미래 시간을 구속하고 박탈하는 방식으로 이들의 몸을 증권화 하는 실천에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채권의 상품화, 대출의 알선, 투자 실천의 전 과정에는 결국 부채는 최종적으로는 상환되어야하고 상환될 것이라는 집단적 믿음이 포함되며 원리금을 상환할 의무를 갖는 최종심급에 여성들, 여성들의 몸이 있게 된다”.(159쪽)

성매매 산업을 가능케 하는 가장 근본적인 조건, “최종심급으로서의 여성의 몸”이라는 테제는 공공연하게 선전되는 여성전용대출상품에서도 마찬가지로 확증된다. ‘미즈사랑’, ‘핑크머니’와 같은 고리대금회사는 여성에 대한 상대적으로 높은 추심가능성에 관한 믿음을 바탕으로 설립되었는데, 이는 추심의 과정에 “채근, 협박, 위협, 괴롭힘, 인격적 모독, 물리적 폭력과 같은 전통적인 폭력의 기술들”이 동원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 3금융을 통한 여성에 대한 대출에서 특징적인 것은 “업소에 팔아버리겠다”는 협박과, “빚을 제때 갚지 못하면 성매매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겠다거나 혹은 심야에도 빚 독촉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는 사실이다. 다양한 폭력적 수단을 통한 채권 추심과정에는 사실상 직간접적으로 제1금융, 제2금융, 제3금융의 연결망이 존재하는데, 그 까닭은 앞서도 적시했듯, 채권은 일반적으로 판매 가능한 상품으로서 셈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필자는 부실채권을 비롯한 수많은 채권일반을 고이윤의 상품으로서 둔갑시키는 “증권화”의 흐름을 지탱하는 것은 “전적으로 채무자들의 원리금상환”이라 주장하며, “금융 산업은 엄밀하고 과학적인 수식에 의해 움직이는 선진적인 산업이라고 알려졌지만 사실 금융화의 말단에서 이 구조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협박, 폭력, “쥐어짜기 기술” 등 채무자의 삶 자체를 이윤의 원천으로 만들어내는 수탈”이라는 점을 밝힌다.



금융화와 여성의 몸


덧붙여 필자는 룸살롱의 대형화 경향이 2000년대 중반을 전후로 심화되는 양상을 띤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유흥업소 특화대출과 더불어, 2005년에 강남에 도입된 “매직미러 초이스”시스템(한편에는 성노동자들이 칸칸 마다 들어간 입방형의 거울 방이 있고, 다른 한편엔 남성고객들이 거닐며 거울 너머를 보며 비교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을 해당사업장의 모델이 남성고객들에게 어필하며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게 된 주요한 요인으로 제시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사업장의 외설적인 건축학적 구조가 아니라, 이러한 변화가 유발한 효과로서, 성매매산업에 있어 고수익을 보장하는 주체적 동인(업소의 공간적 개편)과, 이러한 ‘고수익’의 기대에 조응하는 “특화대출”이라는 객관적 동인의 결합이- 결과적으로 성매매 산업에 대해 “금융자본이 집중되는” 현상을 유발하며, 역으로 금융자본의 투자를 통해, 이러한 고수익을 보장하는 대형화된 성매매업소의 운영이 가능해지기도 한다는 사실에 있다: 즉,


“차용증 ‘채권의 묶음(pooling)’, 룸살롱에서의 ‘여성의 집결(pooling)’은 개별 채권, 개별 여성들의 상품성 이상으로, 수익성을 극대화시키는 기법이 된다. 금융권에서의 대출 자산은 이후 이러한 증권화된 여성의 몸의 ‘묶음’을 담보로 새로운 투자 상품을 창출해내는 동시에 업소에서는 미래 수익을 담보로 대출금을 얻어 대형 업소를 창업할 수 있게 된다”.(165쪽)


이러한 성매매 업소의 대형화 경향으로부터 우리는 점차 전방위한 영역에서 관철되고 있는 금융화의 단면을 읽어내는 동시에, 금융화의 한 축을 지탱하는 여성의 신체를 확인 할 수 있다. 성매매여성들의 신체로부터 연원하는 ‘수익’에 대한 채권을 한데 모아 엮는 현상을 설명하는 용어로서 필자가 제출한 “여성-풀링(pooling)” 개념은 금융화된 경제에서 점차 가속화되고 있는, 리스크(risk)를 분산시키는 경영전략으로서의 “증권화”가, 경제의 가장 은밀한 배면에까지 침투한지 오래라는 점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2004년 이래 성매매를 근절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금융화된 경제와 연동하여 작동하며 외려 그 몸집을 키우고 음성화된 성매매 산업을 어떤 방식으로 조망할 수 있을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여성주의의 실천은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과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가 어서 깨달아야한다는 사실이다.



함께 읽으면 좋을 논문: 
서동진, 󰡔착취의 회계학: 금융화와 일상생활 속의 신용물신주의󰡕, 󰡔제 7회 맑스코뮤날레 자료집󰡕, 2015.

김주희, 󰡔한국 성매매 산업 내 ‘부채 관계’의 정치경제학󰡕, 󰡔한국여성학󰡕 제 31권 4호, 2015.

(리뷰아카이브에 기고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