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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

윤소영 교수 발언 논란에 대하여

by 정강산 2018. 3. 31.

윤소영 교수가 트위터, 페이스북, 인터넷 기사 댓글란 등에서 조리돌림 당하는걸 보니 '공부해서 뭐하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공부해봤자 행실은 똑같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사회적 실재를 입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모든 시도들이 결국 도덕적으로 뭉개져 버릴 거라면 뭐하러 힘들여 배우나 싶어서 그렇습니다.

이하에 첨부한 링크들은 최근 논란이 된 윤소영 교수의 위안부 관련 발언을 다른 각도에서 조명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윤소영 교수의 입장을 규탄했던 총학의 입장이 언론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위안부는 자발적 성매매"라며 총학에 의해 2차 요약된 문구를 마치 윤소영 교수 본인이 사용한 것처럼 기사가 작성되어왔다는 것이고(전북교육신문), 다른 하나는 강의의 맥락과 정황을 자세히 서술하여 기사의 논조와 인용구 전반이 절취된 것임을 암시하는, 윤소영 교수 수업을 수강했던 학생의 증언입니다(오마이뉴스). 이미 후끈 달아올랐던 논란과 비난의 온도가 무색하게, 다수 대중에겐 이제서야 윤소영 교수의 발언을 보다 입체적으로 조망할 여지가 생긴 것입니다.

물론 위안부를 비롯한 일제강점기의 여러 문제들을 경제사적으로 파악하는 그의 이론적 입장과 생각을 달리 할 수도 있고, 그것을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비판이 지금과 같이 매체와 여론의 호도를 합리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선 안 됩니다. 마침 물들어온 김에 노 젓는다는 생각으로, 자기만족적인 윤리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방식으로 한마디 거드는 것은 위안부 할머니들, 나아가 뭇 여성들에 대한 연대가 아니라 오히려 비겁한 행동이라는 말입니다.

기사에 의해 파편화되고 재단된 발언이 그런 방식으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 짐작하면서도 부러 한마디 거들고자 하는 도덕주의도 문제지만, ‘기사’가 적당한 형식에 맞춰 작성되는 순간 발생하는 ‘물화된 진실성’이 대중들로 하여금 윤소영 교수가 실제로 그런 말을 했을 거라고 확신하게 만드는- 정보전달의 조건 역시 문제적입니다. 이쯤 되면 탈 진실(post-truth)이라는 개념만큼 오늘날 어떤 정보가 전달되는 상황을 잘 설명해주는 단어가 있을까 싶습니다. 한편에선 경험해보지 않은 것은 말할 수 없다는 조야한 경험주의가 득세하지만, 차라리 직접 보고 들은 것을 판단과 행동의 근거로 두는 경험주의의 어떤 측면은 외려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는 거지요. SNS상에서 과대 표상되고 선정적으로 조작된 의견에 우리가 얼마만큼 면역이 되어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연장에서, 매체를 통해 중개된 ‘특정 인물의 행실과 발언’을 대강의 추론으로 좋을 대로 맥락화하여 도덕적으로 판단하고, 이것이 SNS상의 유사 공론장과 맞물리게 되는 것은 학문의 재앙입니다. ‘진실의 전달’에 특정해보자면, 탈주술화된 세계의 주술화가 이런 것이 아닐까요.

당사자성은 운동의 방향에 대한 논리적/내재적 비판을 견제하기 위해 동원될 것이 아니라, 외려 어떤 인물의 행실과 발언이 중재를 요청하는 수준에서 선정적으로 공식화 되었을 때, 요컨대 이런 사안들을 다룰 때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다들 이런 경우는 부디 말씀들을 좀 아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확한 정황과 맥락이 필요한 사안에 부러 한마디 거들지 않아도 여러분들은 진보적일 수 있고, 좌파일 수 있습니다. 윤리적 자아상에 침잠하는 일은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당파성과 무관하며, 당파성이 분석의 입체성/진중함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그건 그냥 방종에 불과합니다.

"이어 “제보 내용만을 본다면 그는 마치 국제경제학도들에게 위안부 문제가 날조된 것이기에 다함께 위안부 피해자들을 거짓말쟁이로 매도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위안부 문제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는 논쟁을 막는 것은 적절치 못하지만, 그것이 피해를 축소하고, 거짓된 역사를 말하는 것이라면 제제 받아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총학생회는 이 성명문에 며칠 뒤 댓글을 달아 “총학생회가 윤소영 교수와의 대화 없이 일방적으로 규탄한 것 아니냐는 의견들을 (학우들이) 보내주고 계시다”면서 “총학생회는 윤 교수의 문제발언이 분명하게 발생한 상황이기에 규탄할 수 있는, 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혀, 성명문 발표 전에 윤 교수의 해명을 듣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http://jben.kr/liguard_bbs/view.php…

" 저는 몇몇 언론사에서 강의시간 중 발언이라고 보도한 "자발적인 매매춘이었으며 강제 연행 주장은 날조된 것으로 근거가 없다", "위안부들은 일본군들에게 자발적으로 성을 제공했고, 이것이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상식"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들은 적이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에게도 3.9일 경제학개론1 수업시간의 녹음 파일이 있는데 다시 한 번 들어봐도 "위안부 문제에 근거가 없다"라는 발언 이외에는 추가적인 발언이 없었습니다. 또 촛불집회에 대해서 "일진회 같다"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앞말과 뒷말이 모두 잘려있다 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그래서 학생사회에서는 진정성에 대해서 의심할 수밖에 없었던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반면 윤소영 교수님의 경우에는 자신의 이론을 표명하는 데 있어서 명확한 근거를 바로 설명하지 않고 감정이 격해져서 실수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신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교수님의 수업을 들어보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오히려 관심이 많고 비하할 의도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었으니까요. 여성에 대한 성적 비하 또는 혐오적 발언으로도 해석해볼 수 있겠으나 강의의 맥락을 따져 본다면 너무 비약적인 건 아닌가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ss_pg.asp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