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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

자유인문캠프 사태에 관한 소감

by 정강산 2018. 4. 12.

<자유인문캠프 사태에 관한 소감>


여러 익명 계정들을 통해 서동진 선생을 비롯한 망원사회과학 연구실 맴버들에 관해 위험한 심증을 확신하며 책임촉구를 전파하고 계신 자캠대책위 일부 구성원들의 인신공격을 더 이상 눈뜨고 봐주기 힘들어 한마디 남깁니다. 저는 망원사회과학 연구실의 사과문이 게시되기 전부터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온 학생입니다. 여러분이 3인 이상의 조사위를 파견하라는 요청을 했을 때, 왜 망사연에서 이를 ‘불합리한 요구’라 여기며 여러분의 요구를 거부하고 연구실을 해산했는지 어안이 벙벙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헌데 제겐 연구실 해산이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은 아닙니다. (전)망사연과, 자유인문캠프에 대한 결례를 무릅쓰고- 문제 해결 과정 전반을 주의 깊게 지켜본 입장에서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하의 내용들은 망사연과 자캠, 또 그 맴버들 사이의 게시물들로부터 모두 확인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1. 애초 자캠에서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을 일방적으로 퇴출시킨 것에 대해 서동진 선생이 조언 내지 지적(어떻게 해도 앞뒤 잘 모르는 자의 ‘훈계’라 구부려 들으시겠지만)을 했을 때부터 뭔가 자존심을 다치신 모양입니다. 당시 간사분이 자캠대책위와 서동진 선생의 최초 만남에서 받은 인상을 서동진 선생의 태도를 “편견”, “단정”, “무지”, “경솔함”, “나약함”, “무책임함” 따위의 용어로 설명한다는 점에서요. 거기서 자캠대책위 분들은 본인들의 당시 문제 해결과정이 너무나도 합리적으로 잘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요. 헌데 저는 성폭력 사건에 대한 대처 방식이 집단마다 다를 수 있다는 건 당시 대책위의 미숙한 대처에 관한 변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서동진 선생이 자캠대책위원회에서 일방적으로 가해자를 퇴출시켰다고 지적했던 사정의 맥락을 빼 놓으시면 곤란하지 싶습니다. 


2.그건 자유인문캠프 기획단의 지침에 ‘강의후 뒷풀이’가 실질적인 지침으로 되어있었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책임 소지와 문제해결이 자캠 내부에 미비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근거는 여러분의 경위서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미 퇴출시킨 가해자에게 교육까지 받게 하면서 2년을 흘려보냈다”며 사태 해결에 대한 본인들의 노고를 주장하시던데, 애초에 전문가를 포함한 단체 구성을 권유하고 가해자에게 성폭력 교육을 이수시킬 것을 염두에 두게 한 것은 자캠대책위의 자율적인 결론이 아니라, 서동진 선생의 권고에 의한 것이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10월 3일 서동진 선생과의 만남 이전까지 당시 자캠대책위는 조직 내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이를 퇴출시켰을 뿐, 그에게 어떠한 피해내용의 적시도, 교육도 손 놓고 있던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자유인문캠프의 “공동체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입장” 7, 8쪽을 보면 가해자에게 퇴출을 통보하고 그 사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고 되어 있네요. “신체접촉과 성희롱적 발언들”이 혐의의 내용이었지만, 가해자에게 그 사례를 전혀 암시하지 않은 채 퇴출을 결정한다면 가해자의 의식에 어떤 개입도 하지 않은 채 문제를 종결짓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하게도 성폭력 사건을 ‘해결’했다고 말할 수 없는 안이한 수준이었을 거 같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성희롱과 추행을 당한 이들이 있다. 피해자들이 원치 않기에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 그냥 조직에서 나가라. 불복시 조사위를 꾸려 대응하겠다'는 것이 맨 처음 자캠대책위의 문제 해결 방식이었던 게 아닌가요. 이러한 실책에 대한 자캠대책위 분들의 입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 ‘사건해결 활동 기획단’은 가해자 퇴출을 결정하면서 자유인문캠프 내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수 있었던 구조에 대해 책임을 통감했습니다. 가해자가 절대적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단체 내에 명문화된 정관이나 회칙이 부재하고 민주적 의사결정체계가 갖춰지지 않았던 점, 사업의 효율성과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 지적 권위를 가진 사람이 더 많은 발언권과 결정권을 가지는 것에 대해 묵인해 왔던 점을 깊게 성찰했습니다. 또한 뒤풀이를 권장해 왔으면서 문제가 발생할 시 적절히 대응할 준비를 하지 못했으며,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방식을 뒤풀이라는 하나의 수단으로 한정한 것에 뒤늦게나마 반성했습니다.” (자유인문캠프, “공동체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입장”,2p에서 인용)


때문에 서동진 선생은 조직 내 성추행, 성희롱이 발생하는 조건을 반성하고, 가해자를 단순히 퇴출시키는 게 아니라, 퇴출하더라도 충분한 책임인식과 교육을 단체 차원에서 강구해야 함을 얘기했던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여러분의 “망원사회과학연구실의 거짓된 사과문에 대한 입장과 요구” 말미에도 적시되어 있습니다.


“서동진은 초기부터 ‘사건해결 활동기획단’에게 ‘전문가’를 포함한 단체 구성을 할 것을 권장해 왔음에도 그 향방을 확인할 책임을 지지 않고 가해자의 실질적인 지지자 역할을 한 것에 대해 ‘사건해결 활동기획단’에게 사과하라. 또한 망사연은 아래와 같은 요구사항을 이행하라!” 


"실질적인 지지자"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러나 저러나 자캠대책위는 서동진 선생과의 만남 이후, 덕분에 가해자에 대한 교육과 조직 내부의 구조적 반성을 비롯하여 성폭력 재발방지 대책을 보다 확실히 마련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헌데 이런 맥락을 해명하지 않으시거나, 부러 함구하시면 매우 곤란하지 않을까요?


3. 그런 점에서 서동진 선생이 ‘이럴거면 형사고발을 왜 하지 않았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고 회고하신 부분은 맥락상 당시 가해자로 지목되었던 인물을 두둔하기 위함이 아니라, (서동진 선생의 입장 표명문에서 확인할 수 있듯)심각한 건이라면 ‘형사고발까지도 서슴치 않아야 한다’는 지적이었을 겁니다. 서동진 선생은 당시 함께 공부할 연구실을 구성하기 전에 당사자를 영입해도 좋을지에 관해 알아야만 했기에, 자캠과 연락하여 전말을 듣고자 했던 것이고, 그 과정에서 성폭력케이스를 다루는 자캠의 대처가 꽤나 미흡했다는 점을 알게 되었을 테니까요. 여러분들이 스스로 입장문 2p에서 대처의 미숙함을 인정 하셨듯, 당시 자캠의 대처방식은 피해자에게도 썩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었으니까요. 제가 알기로 어떤 조직 내 성폭력 해결 과정도 피해내용을 가해자에게 충분히 알리지 않고 퇴출시키는 경우는 없습니다(혹시 그런 말도 안되는 사례가 있다면 부디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당신의 행위가 왜 ‘성추행’이고 ‘성희롱’인지 알려주는 것’은 성폭력 사건 해결의 핵심이니까요. 당시 자캠에서 그런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그건 그냥 문제의 방기에 가깝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설령 피해자들이 그런 방안을 원했다 해도 문제를 해결하고자 모인 대책위에서는 가해자의 교육 및 전문가 구성, 조직 내 문화 반성에 관한 최소한의 룰을 보다 진지하게 다룰 필요가 있었습니다.


4. 어떤 비대위 구성원께서 작성하신 “망사연 해체에 대한 감상문”에서는 이렇게 나와 있더군요. “더욱더 주관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피해자 대리인에게 서동진은 '해결과정의 실책을 지적하며' '어투로 몰아붙였'고, 얼마나 설명을 제대로 듣지 않았으면 이후에는 우리가 자기를 가해자 대리인으로 섭외했다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해 전화와 메일로 정정한 바가 있다. 나는 선생님을 믿고 다른 모든 사람과의 만남에서 했던 녹음조차 하지 않았지만 만남의 과정에서 너무나 명백하게 우리 편이 아니라고 느껴서 화장실에 가서 울고 나왔다.>>”.


앞서 설명 드린 맥락에 의거하여, 제가 이 ‘명증하게 주관적인’ 서술에 대한 다른 시점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서동진 선생은 본인이 직접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 중재자로 나서고자 했지만, 자캠대책위는 조직 내 ‘성희롱/성추행’ 건을 잘 해결하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무엇을 위압적으로 느꼈는지, 이후에 서동진 선생의 사건해결 의지를 외려 저지하며 ‘당신은 빠져있으라’는 식의 언지를 주었고, 사실상 사건해결과정을 서동진 선생이 직접 파악할 수 있는 경로를 없애버렸습니다. 


비밀유지가 원칙인 사건에서, 참관조차 못하게 된 서동진 선생이 사건 경과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카더라’는 소문이나, 가해자 본인의 진술에 의한 것일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 이후 사실상 학자들의 공부모임에 가까운 망원사회과학 연구실이 일단 꾸려지게 됩니다. 그러나 그 이후로 약 1년간 자캠 측에선 그동안 한 번도 망사연 측에 경과보고를 한 적이 없습니다(혹시 있다면 부디 파일을 공개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가해자의 혐의가 도대체 무엇인지 명확히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심지어 대책위 구성원으로부터 사실상 ‘빠져 있으라’는 말을 들은 상태에서 어떻게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의 활동을 제한할 수 있었을까요? 학자가 궁예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과연 그 누가 알려지지도 않은 혐의를 마음대로 짜깁기해서 동료의 활동을 제재할 수 있었을까요. 혹은, 가해자의 활동을 제한하는 데에 조금이라도 더 신경을 쓰셨다면, 섣불리 ‘서동진은 우리 편이 아니다’라고 단정 짓지 말고, 대책위 여러분들이 망사연 측에 공식적인 서한을 전달하거나 연락을 취해야 하지 않았을까요.


5. 저는 여기서 이미 일차적인 책임(혹은 여러분의 표현을 빌리자면 ‘2차 가해 방조에 관한 책임’이 되겠으나, 그런 표현을 여러분께 쓰고 싶진 않습니다)은 당시 성폭력문제 해결 주체로서 과업을 안이하게 처리한 자캠대책위에 있다고 봅니다. 이후 서동진 선생이 미투와 관련하여 비판적인 글을 썼던 것은 당연하게도 가해자가 공식 절차에 의해 책임을 지는 과정을 거쳤다는 소식을 들은지 한참 뒤였습니다. 어느 누가 미쳤다고 ‘혐의가 명백하나 책임도 지지 않은 사람’을 비호하려 미투를 비판하겠습니까. 그러나 글 작성 후 나름의 절차를 밟은 줄 알았던 가해자가 실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혐의를 부인했다는 추가 제보를 듣고, 서동진 선생은 개인적으로도, 연구실 차원에서도 사과문을 작성하게 됩니다. 당연하게도 그것은 여론의 압력을 의식한 것이 아니라, 자유인문캠프 건에 한해 책임을 진 줄 알았던 당사자가 실은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제보를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서동진 선생이 미투에 대한 비판을 철회하고, 사실의 경중을 잘못 파악한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사과문을 올린 것에는 이런 맥락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그것은 자신이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성폭력 피해자를 향한 사과문이었지, 자캠대책위 분들에게 보내는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읽힙니다. 즉, 심증을 과감하게 단언하는 여러분의 주장대로 ‘은근슬쩍 가해자를 비호하려 미투를 언급했다가 여론의 압력에 직면하여 주장을 철회’한 게 아니라,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추가 제보로 인해 가해자로 지목된 본인의 연구실 동료에 대한 정보값이 달라졌기에 사과를 했던 것입니다. 책임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미안함을 전하는 사과였다는 말입니다. 안타깝게도 의도를 의심받고 있는 글에 대해 말하자면, 여러분의 기절초풍할 음모론과는 달리, (여성)주체의 피해자화에 대한 비판은 서동진 선생의 오래된, 일관된 의제였습니다. 그러한 비판의 관심과 '가해자 두둔' 사이에는 엄밀한 의미에서 어떤 인과도 없습니다.


6. 그러나 사과문을 올린지 며칠 뒤, 망사연이 사과문을 쓰게 된 계기였던 충격적인 제보가, 사태를 잘 모르는 관찰자의 심증에 의거한 허위제보라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헌데 이미 연구실 차원에서 가해자에 대한 영구제명을 결정하고 개인적으로도 사과문을 작성한 윤리적, 정치적 무게를 번복할 수도 없었겠죠. 말씀드렸다시피 최초의 사과문은 대책위가 아니라 피해자들을 향한 것이었으니까요. 헌데 일전에 성폭력 사건을 잘 해결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화가 나있던 당시 자캠대책위는 사과문의 의도에 대한 심증을 과신한 채 서동진이 여론에 직면하여 꼬리를 자르는 것이라는- 인신공격에 가까운 규탄서를 작성하고, 뜬금없이 주변 연구공동체의 관심을 촉구했죠. 애초에 망사연이 어떤 책임도 지지 못하게 차단한건 당시 자캠의 미숙한 대처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대책위 분들이 애초에 ‘피해자’, ‘악독한 성범죄를 방조하는 타락한 학술 권력에 맞서는 자’라는 식의 프레임을 가져갔기에 사태는 한편으로 너무나 명백해 보이겠지만, 사안이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여러분. 부디 표면상으로 곧바로 드러나는 윤리적 격정이 사태의 전부라고 생각하진 마시기 바랍니다. 이런 류의 사건에는 언제나 구체적인 경위들과 맥락이 중요한 법입니다. 사과가 곧 잘못을 인정하는 일이라 눙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때론 잘못이 없을 때도 사과를 해야할 때가 있습니다.


7. 연이은 입장표명문에서의 사과는 역시 일차적으로 피해자들에 관한 것이되, 당시 대책위의 의지와 요구에 대한 최대한의 존중이었습니다. 자유인문캠프의 입장문 발표 이후 작성된 망사연의 입장표명문을 작성하기 전에, 연구실 차원에서 자유인문캠프에 만남을 제안했던 것도 그런 연구실의 입장을 전하고 대책을 협의하기 위함이었겠죠. 헌데 자캠에선 놀랍게도 그 모든 시도들을 거부한 뒤에, 3명 이상의 연구실 성원이 사건 조사록을 지참하여 직접 찾아오라는 메일을 보내고(이는 ‘망사연 해체 공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후엔 집요한 인신공격성 투서들을 보내며 온갖 억측에 기반한 게시물을 지속적으로 생산하더군요(이미 타임라인에서 누구나 확인 할 수 있는 것이기에, 굳이 이름을 여기 적시하진 않겠습니다). 애초에 망사연 내부 사건이 아니라 몇 년 전 자캠에서의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망사연이 책임주체의 자격으로 조사록을 작성했어야 하며, 자캠조사위에 출두해야한다는 주장엔 맥이 풀렸습니다. 그 점에서 분명히 하자면, 책임주체는 당시 자캠대책위이지요. 이미 해체된 망사연이 아니라. 


8. 성폭력 사건 해결은 원한으로 ‘조지는’ 것도 아니고, 변덕대로 모든 룰을 무시한 채 작위적으로 진행해도 되는 것도 아닙니다. 최소한 합리적인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애초에 피해내용을 고지하지도 않았고, 가해자에 대한 교육을 염두에 두지도 않았으며, 문제의 성폭력 사태 해결 경과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를 일방적으로 폐쇄해놓고 1년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더니, 갑자기 왜 사태해결에 적극 기여하지 않았느냐는 도덕적 협박은 대관절 어떤 운동의 의제인지 감도 안 잡힙니다. 한 대책위 분은 예의 인신공격성 글에서 ‘책임주체가 터져버렸기에 쌍방의 의견을 종합할 여지는 없지만 나는 서동진이 가해자를 두둔하려 했으리라고 확신한다’는 식의 표현을 하셨던데, 애초에 조언 내지 꾸중 한번 들었다고 가해 혐의를 파악하지 못하게 한 자캠대책위가 가해자의 활동을 견제하지 못하게 한 책임주체 아닙니까? ‘가해자’가 활동하는 공동체에 사건을 전달하고 공표하는 것은 성폭력 문제해결의 기본입니다. 


9. 이런 상황에서 ‘서동진과 망원사회과학 연구실의 거짓된 사과문’ 운운 하신 것은 이미 정도를 넘어섰다고 생각합니다. 그 정도로 부실하고 무례한 입장문을 ‘라인바이라인’으로 심지어 밤을 꼬박 새서 작성하셨다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방종이 지나쳐 무시하고 지나가려 했습니다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사태를 잘못 파악하는 듯하여, 그리고 여러분의 단체의 건강한 조직/운동문화를 위해서라도 한마디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분명히 이는 피해자들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성희롱/성추행’이라는 엄중한 사안을 작위적으로 독해하고 문제해결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창구를 닫아버린 뒤 당시의 실책을 이상한 방식으로 해소하는 것으로 보이는 자캠대책위 분들께 드리는 실망감의 표현입니다. 위와 같이 사태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자유인문캠프의 모든 요구를 합리화하고, 망원사회과학연구실 전 맴버들의 활동에 맹목적인 제재를 가하는데 동참하는 여러 출판사 및 학술단체들에게도 유감을 전하고 싶습니다. 피해자를 어떻게 도울 것인지, 피해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혐의 내용이 문제적인 것인지, 가해자는 어떤 책임을 져야하는지 등 성폭력사건해결에 핵심이 되어야할 사안들을 규정적으로 모색하기보단 '가해자와 함께 활동했는지'의 여부가 어느새 쟁점이 되었네요.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려는 노력없이, 그녀가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앞 다투어 모든 계약과 출판을 취소했던 이자혜 케이스로부터 한치도 나아가지 못한 모습들입니다. 초기대응을 더 현명하게 하셨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이미 입들은 많은 상황에서 정작 피해자와 가해자는 없는, 아바타들간의 자존심 싸움으로 변질되어버렸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들은 오히려 쟁점이 되어야 할 문제들을 흐릿하게 만듭니다. '목소리 큰 쪽이 더 억울한 사정이 있겠거니' 하고 계실테지만, 한 선생에 대한 수틀린 분노를 걷어내고 나면 정작 여기서 피해자의 목소리는 어디있나요.


자캠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습니다만, 정당함으로 포장한채 모든 악의적인 인신공격성 비난들을 기꺼이 저지르는 이런 식으로라면, 앞으로 자캠을 통해 사람을 만나는 일은 없겠지 싶습니다. 앞으로 부디 건강하고 성숙한 조직으로 거듭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