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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

전시 기획 리플렛 노트

by 정강산 2019. 12. 8.

도시전 페이퍼.pdf
1.73MB

 

★도시-라솔★

참여작가: 이영준, 김은총, 김인선, 김수정, 박은주, 박준식, 이상욱, 장세형, 전서현, 최지희, 현가비

디자인: 임희윤 

기획: 정강산, 한수진

갤러리KUMA
기간: 2019.12.6-9
관람시간: 11:00-18:00
오프닝: 2019.12.6.17:00

 

「도시라솔」
오늘날 도시란 무엇일까? 도시란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펼쳐져있으며, 어떤 종류의 경험을 제조해내는가? 본 전시는 이 질문에 답하는 복수의(plural) 과정들을 보여주고자 한다. 11명의 작가들은 다른 장소와의 유의미한 구분이 희미해질 만큼 익숙한 것이 되어버린 삶의 환경으로서의 도시의 속살을 들춘다. 이 과정에서 그것은 제2의 자연으로, 불가해한 공간으로, 때로는 갈등과 적대의 장으로, 파국과 묵시록의 스크린으로, 혹은 공백이 없는 포화된 장소로, 역동적인 변화와 속도 속에서 결코 총체화 될 수 없는 대상으로 현상한다. 일견 화해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상이한 접근들은 도시라는 동일한 실재를 구성하고 있는 지층들로서 조명된다. 그렇게 「도시라솔」은 ‘도’에서 ‘시’로, 라와 솔을 거쳐, 다시 도, 시로 하강하고자 한다.

 


김은총 
[틈]
Printed picture on paper, 42x60cm, 2019
포장도로와 콘크리트가 빚어내는 도시적 삶이 자리 잡은 이후, 자연은 완전히 청산되었을까? [틈]은 위의 질문으로부터 출발하여, 도시의 틈에 자라난 칡의 흔적과 서식지를 추적한다.이 속에서 칡은 그 자체 압도적인 생명력으로 주변을 잠식해 들어가는 불가해한 대상이자 인공적 세계를 위협하는 존재로 나타난다.

박준식 
[현혹되다] 
Mixed media on canvas cloth, 160×180cm, 2019
[균형을 이루기 위한 기계 체조_1]
Mixed media on canvas cloth, 160×140cm, 2019
도시적 불균등함에서 비롯되는 극단적인 심리를 탐구한다. 불안과 공포, 두려움 등 오늘날 정동을 살펴보며, 그 심연을 조건 짓는 실체를 확인하고 싶다.

김인선
[터치미 플리즈]
Motor, arduino, wood, 3D printed plastic, candies, Machine installation, 2019
무한히 자유롭게 도시를 향유하는 와중에 때로 듣게 되는 잔액부족의 메시지는 우리의 유희를 단절시키며, 더 이상의 경험을 멈추게 한다. 태그(tag)는 쉽지만, 접촉은 언제나 어렵다. 이제 기계는 태그가 아니라 접촉을 원하지만, 자신의 진심을 전하는 데에 실패하고 만다.

이영준
[초초한 도시]
Digital print, Dimensions variable, 2019
초조해서 안절부절 하다가 카메라를 들었다. 그러자 초조한 도시가 눈 앞에 펼쳐졌다. 초조한 마음에 셔터속도를 1000분의 1초로 빠르게 세팅해 놓고 빨리빨리 사진 찍었다. 카메라로 찍으면 덜 초조해질까 하여 찍었으나 사진이 잘 나오려나, 이 사진들이 대체 뭘까, 누가 알아줄까 더 초조해 졌다. 카메라를 부적삼아 초조함에 맞서려던 내가 잘못이었다. 차라리 초조함 속에 살자. 그게 마음대로 안 됐다. 초조한 도시는 초조한 카메라가 됐고 초조한 카메라는 초조한 비평가를 따돌렸다. 사진만 찍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글도 쓰고 책으로도 만들었다. 책의 끄트머리에 결국 도시는 초조하지 않다고 썼으나 다 뻥이었고 비평가는 오늘도 초조하게 잠들었다.

장세형
[반의 반의 반의 반값 아파트] 
Mixed media, 1ch video, 3min 19sec, Dimensions variable, 2019
우스꽝스럽게 납작해진 아파트의 미니어처를 통해 도미노를 구성한다. 우뚝 솟은 아파트 특유의 미감은 여전히 기념비적이고 현대적인 심상을 전달하며 더 나은 삶을 약속하는 듯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와우아파트와 같은 부실한 근대성을 체현한 대상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마천루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본 작업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장난스럽고도 자조적인 대답이다.

김수정
[콘크리트 동산] 
1ch video, 3min, 2019
도시를 심미적으로 재현하는 광고와 뮤직비디오의 이미지들은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며, 동시에 무엇을 말하지 않으려 하는가. 도시를 다루는 뮤직비디오의 구도를 빌어, 그를 둘러싼 혼종된 욕망의 각축을 조명한다. 

박은주 
[오! 늘 공장] 
2ch video, 20min/5min, 2019
쇠를 깎는 ‘밀링’, 쇠판을 찍는 ‘프레스’, 거푸집에서 쇠의 모양을 뜨는 ‘주물’, 쇠를 윤이나게 하는 ‘빠우’ 등 문래동은 아직 미처 자동화되지 않은 생산공정들이 남아있는 장소이며 그 기계들이 조형해내는 특정한 신체의 동작들 또한 가까스로 재생산되고 있다. 문래동의 공장에서 특정적으로 발생하는 신체의 움직임들을 추적하여, 그들이 각 설비들에 들러붙어 온 궤적을 수집하고 변형시킨다.  

이상욱 
[Light Graffiti: Beyond Memory]
Projection on wall, RGB camera, light, 2019
어떤 풍경의 전체상을 파악할 수 없어 부분만을 더듬거려야 하는 프로세스를 조성한다. 이는 유년기의 기억에 대한 환유로서, 여기서 어둠의 배면을 보고자 하는 관객의 수행은 결국 실패하도록 조건 지어져 있다. 이를 통해 수 십 년이 지나도 그 자리에 여전히 남아있을 ‘고향’과 같은 것이 도시의 순환 속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질문하고자 한다. 

최지희  
[London Bridge is Falling Down]
Oil stick on paper, 109x13cm, Dimensions variable, 2019
오늘의 공간은 여백을 견디지 못한다. 상가 계단의 사이사이에 붙어있는 광고 문구와 이미지들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도시의 욕망을 체현한다. 이 작업은 계단의 사이 공간을 전유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가벼운 실험이다. 층계참 층층이 박힌, 런던 브릿지에 관한 동요는 계단이 그 자체로 지닌 물리적 성질에 주목하게하며, 그 공간이 도시 속에서 맥락화 되어있던 방식을 조명한다. 

현가비 
[1948-2001-2002-2008-2015] 
Print on paper, 29x42cm, Dimensions variable, 2019
오늘날 온전한 기억과 경험을 반추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실험. 텔레비전, 스마트폰 혹은 PC스크린을 통해 전달되는 '사건'들은 우리의 기억을 만들어내는 경험의 원천이지만 경험세계의 외부에 있다. 경험 아닌 경험, 기억 아닌 기억, 혹은 유일하게 가능한 경험이자 유일하게 가능한 기억들을 헤집어 소환한다. 

전서현
[사체의 춤]
Animation, 1ch video, 5min 30sec, 2019
어느날 도시 한복판에서 발견한 죽어 널브러진 잠자리는 바람에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것은 어디서 와서,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걸까. 그의 날갯짓은 사라졌을까, 아직 존재하는 것일까. 그것을 다시 움직이게 하여 말을 하게끔하고 싶다. 도시속 미물에 대한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