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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동맹을 향하여, 미네르바의 올빼미들이 날갯짓을 할 시간 1. 서동진은 학자가 아니라 지식인이다. 학자는 분과학문의 틀 내에서 논문을 쓰는 사람들이고, 지식인은 세계의 모든 문제에 관해서, 가용한 모든 수단을 통해 입장을 내는 사람이다. 학자는 실정성 속에서 즉자적 앎을 생산하지만 지식인에게 중요한 것은 실정성이 아니라 정세이고 실천이며, 따라서 그가 생산하는 것은 이념이다. 즉 지식인은 이데올로그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예컨대 마르크스의 작업은 어떤 의미에서도 학자의 그것이 아니었다. 칸트 식으로 말하자면 그의 작업은 순수이성의 역동의 최고점에서도 그 기저에 묵묵하게 운동하는 실천이성(인간주의적 도덕의 이성이라기보다는 세계 속 행위로 나아가게끔 하는 수행적 이성으로서의)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학자가 실정성 속에 갖혀 고전과 텍스트를.. 2020. 6. 9.
Representations/Machines/Objects as the World: Recent movements in Korean Contemporary Art Representations/Machines/Objects as the World: Recent movements in Korean Contemporary Art By Jeong Gang-san (1) The Speed of “Flatness” and Digitariat “in-Itself” (...) In what follows, I will discuss the selected works by Korean artists of the recent decade. Let us begin by presenting two concepts that were frequently summoned in the Korean contemporary art scene from the mid-to-late 2010s: “l.. 2020. 6. 2.
Moishe Postone_History and Helplessness: Mass Mobilization and Contemporary Forms of Anticapitalism "역사와 무력함: 대중동원과 반자본주의의 동시대적 형식" 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 이 글은, 여러 본질주의적인 저항의 방법론에 대해 일관되게 취해질 수 있는 가치형태론의 입장의 한 갈래를 시사하고 있다. 본래는 2001년의 911테러에 대한 독해를 둘러싸고 벌어진 좌파들의 우왕좌왕에 개입하려는 정세적인 관점에서 작성된 것이라 911의 여파가 희미해진 것처럼 보이는 최근에는 다소 지엽적이고 역사적인 텍스트로 읽힐 수 있겠지만, 특정한 정체성을 실체화하는 운동, 추상적인 적대와 지배를 공간화 된 방식으로 상상하는 운동, 존재론적 차이와 비결정성에 기댄 운동 모두에 생산적으로 확장될 수 있는 분석과 함의를 담고 있다. 일찍이 근대의 반 유대주의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과 관점을 보여준 이전 작업들의 연장에서, 모이.. 2020. 4. 10.
Sven Lütticken, "Filming Capital: On Cinemarxism in the Twenty-first Century" in <Aesthetic Marx>(2017) 자본의 재현이라는 문제와 관련해서 히토슈타이얼, 알렉산더 클루게, 앨런 세큘라와 노엘 버치, 재커리 폼왈트의 작업이 유통되는 과정과 그들이 주제를 형식화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춰 역사적 형식분석을 시도하는 글이다. 마르크스의 작업을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미학적 차원에 대한 비판으로도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하는 글의 도입은 좋았으나, 2절 Representation and Accumulation 이하로 문제적인 주장들이 등장한다. 예컨대 비물질 노동과 인지 자본주의론에 기대어서 인지적이고 정동적인- 예술적 노동의 편재와 21세기 육체 노동의 비가시화를 연관 짓는 견강부회가 거슬리고, 그 연장에서 "일반지성"에 대한 해석을 완전히 자율주의자들에 기대어 얘기하는 부분이 그렇다. 이를테면 그는 3절 이하에서 마.. 2020. 4.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