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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혼문화와 드레비스 2017년 2월 21일 미국의 귀금속기업 드레비스가 벌인 판매전술이 오늘날까지 영미권을 비롯한 몇몇 국가들(한국도 예외가 아니다)에서의 청혼문화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은 새삼 놀랍다.이제는 '제1의 자연'처럼 주어진 것으로서 느껴지는 발렌타인데이, 크리스마스 등을 상품판매과정에서 전유해내는 기업의 홍보전략이 성공한 사례를 보고 있자면, 역시 19세기 이후 지금껏 시간을 지배하는건 '이윤'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아닌가 싶다.마르크스를 포함하여 일군의 명민한 좌파들이 해온 모든 실천은 아마도 시간을 이윤 이외의 범주로서 점유함으로써 새로운 공간을 창설하는 방식을 모색하는 일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뜬금없이 2017년에 100년 전 1917년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일 또한 그 사건이 미지의 시간성.. 2017. 4. 1.
11월 12일 이후: 이유가 아닌 원인을 사유한다는 것 2016, 11, 13일에 작성된 글 El Lissitzky, Beat All The Scattered(1920)최순실 게이트의 가장 큰 공모자는 결국 모녀에게 돈을 쥐어준 재벌들일 것이다. 그리고 어제 저녁, 100만의 군중을 추동한 ‘이유’는 국정농단과 현행 정치제도의 오작동일 수 있지만, ‘원인’은 경제적인 것 일반에 대한 환멸이다. 정유라가 누린 특혜와 최순실이 받아낸 천문학적인 액수의 상납 앞에서 사람들이 느꼈을 박탈감과 분노가 어쩌면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이다. 헌데 지금까지 나온 ‘합리적이고 허용가능한’, 그래서 언론에서도 주로 회자되는 수습책은 대략 다음과 같다. 여당 친박계에선 탄핵발의(를 통한 시간끌기), 여당 비박계에선 거국내각(을 통한 체면 확보), 제1야당은 2선후퇴(를 통한 정권위.. 2017. 4. 1.
사실, 진실-이데올로기, 진리: 진리의 텅빈 공백을 진실로 메운다는 것 2016, 11, 11에 작성된 글El Lissitzky, Illustration For Jewish Folk Tale 'The Goat'(1919)최순실 게이트가 야기한 시국에 부치는 에세이사실이라는 사실은 없다. 이는 순수한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정보- 특정한 인식의 대상을 이루는 개개의 단자들은, 그것을 습득하는 자에 의한 승인을 기다리며, 그러한 승인의 이전까지 아무런 것도 되지 못한다. 정보에 대한 승인이 이루어지는 순간, 아무런 것이 아니었던 것은 이미 존재하는 주체의 특정한 욕구와 경험, 물질적이고도 심리적인 조건 등을 경유하여, 정치적으로, 즉 무엇에 대한 승인과 동시에 어떤 것은 승인하지 않고 배제하는 방식으로- 정보는 사실이 된다. 사실은 언제나 어떤 특수한 주.. 2017. 4. 1.
아버지 3월 1일 아빠가 아침에 강제 기상시켜서 빌어먹을 등산을 하고 왔다. 애초 조건은 '약수터까지만' 갔다가 12시까지 하산하는 것이었는데 막상 약수터에 도착하니 아빠는 12시까지 내려가기엔 시간이 남았다며 말을 바꾸고 산능선까지 더 올라가자고 했다. 어이가 없었지만 어찌하다보니 결국 약속한 지점보다 훨씬 더 올라가게 되었다.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어서 올라가는 길에 일침을 꽂았다. "아빠는 이렇게 말을 바꾸고 사람 뒷통수를 치면 정권 못주겠다" 그랬더니 아빠가 "뒷통수 쳐야 정권잡는다"고 한다. ?? 하산하는 길에 정말 귀찮고 힘들고 아침부터 산에 있다는게 억울해서 또 일침을 날렸다. "어차피 내려올거 왜 올라왔는데? 너무 비생산적이다" 그러니까 아빠가 "그러면 왜 사는데? 어차피 죽을건데. 안 깨웠으면 지.. 2017. 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