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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하게 보기>에 관한 메모 2017년 1월 6일 실제의 대상과 원인 사이의 관계는 사후적으로는 필연성을 띠지만, 발생론적으론 전적으로 우연성에 의해 규정된다.이는 사실판단과 가치판단 사이의 관계에도 적용시켜볼 수 있다. 칸트 식의 미적 판단과 같이 사실과 가치를 매개하는, 선험적인 단일한 논리는 현실 속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과 가치를 매개하는 단락점은 전적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주체의 객관적 조건과 주관적 역량에 의해 우연적이고 우발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소여의 일반성에 대한 어떤 저항이 출현할 수 있는 근본적인 까닭은, 바로 언어적 상징체계의 내부에 기입되어 있는 우연성, 즉 기표와 기의의 느슨하고도 임의적인 관계 자체에 있다. 이는 소쉬르의 구조주의 언어학에서부터 예고된 언어학적 전회의 탐구의 산물이며, 버틀러를 비롯한 .. 2017. 4. 1.
마르크스를 위하여, 알튀세르를 잊는다는 것 2017년 2월 4일에 작성된 글 El Lissitzky, Basic Calculus(1928) ‘적대하는 평등한 세력들간의 모순적 접합’이라는 개념을 통해 마르크스주의와 신사회운동의 결합, 혹은 포스트모던의 조건 속에서 마르크스주의의 공간을 사유하려하는, 무페와 라클라우의 , 20세기의 사회주의적 실험들을 지탱하는 교리가 되었던 마르크스주의를 ‘역사적인 것’으로서(이미 그 시효를 다한 것으로) 규정하고 21세기의 마르크스주의 정치론을 ‘시민성’을 중심으로 사유하는 발리바르의 작업들, 혹은 헤겔식 목적론의 색체가 짙은, 종말론적인 필연성의 유물론의 자장 속에 있었던 소련 공산당의 모델들과 규범들에 대한 안티테제로서의 유럽 신좌파들의 출현, 나아가 오늘날 각광 받고 있는 바디우, 랑시에르등의 사변철학적 경.. 2017. 4. 1.
청혼문화와 드레비스 2017년 2월 21일 미국의 귀금속기업 드레비스가 벌인 판매전술이 오늘날까지 영미권을 비롯한 몇몇 국가들(한국도 예외가 아니다)에서의 청혼문화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은 새삼 놀랍다.이제는 '제1의 자연'처럼 주어진 것으로서 느껴지는 발렌타인데이, 크리스마스 등을 상품판매과정에서 전유해내는 기업의 홍보전략이 성공한 사례를 보고 있자면, 역시 19세기 이후 지금껏 시간을 지배하는건 '이윤'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아닌가 싶다.마르크스를 포함하여 일군의 명민한 좌파들이 해온 모든 실천은 아마도 시간을 이윤 이외의 범주로서 점유함으로써 새로운 공간을 창설하는 방식을 모색하는 일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뜬금없이 2017년에 100년 전 1917년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일 또한 그 사건이 미지의 시간성.. 2017. 4. 1.
11월 12일 이후: 이유가 아닌 원인을 사유한다는 것 2016, 11, 13일에 작성된 글 El Lissitzky, Beat All The Scattered(1920)최순실 게이트의 가장 큰 공모자는 결국 모녀에게 돈을 쥐어준 재벌들일 것이다. 그리고 어제 저녁, 100만의 군중을 추동한 ‘이유’는 국정농단과 현행 정치제도의 오작동일 수 있지만, ‘원인’은 경제적인 것 일반에 대한 환멸이다. 정유라가 누린 특혜와 최순실이 받아낸 천문학적인 액수의 상납 앞에서 사람들이 느꼈을 박탈감과 분노가 어쩌면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이다. 헌데 지금까지 나온 ‘합리적이고 허용가능한’, 그래서 언론에서도 주로 회자되는 수습책은 대략 다음과 같다. 여당 친박계에선 탄핵발의(를 통한 시간끌기), 여당 비박계에선 거국내각(을 통한 체면 확보), 제1야당은 2선후퇴(를 통한 정권위.. 2017. 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