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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관한 노트 2016년 11월 11일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이 참인 것으로 드러나는 순간이 있다. 이를테면 지금 미국 대선을 둘러싼 트럼프의 당선에 대해 회의를 품지않는 일부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윤리적 협박같은 것이 그런 것이다. 극과 극- 이 기표의 배열은 우파와 좌파의 특성에 대한 정확한 정리를 함의하고 있다. 오늘날 극과 극의 사이에 위치할 수 있는 정치적 포지션은 온건한 중도를 표방하는 리버럴들로서, 그들은 이러나저러나 초국적인 시장질서를 바탕으로 한 자유민주주의 정치제도 위에서 규범, 법, 제도, 관습 등의 총체를 적당한 시늉을 통해 조작하는 척하며 사실상 세계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유지시키겠다는 입장을 취하며, 적당한 이윤율의 보장과 적당한 복지, 적당한 제제를 통한 적당한 안정을 통해 전 세계적 교역.. 2017. 4. 1.
혁명을 리트윗할 수 있을까 2016년 11월 29일 아랍의 봄을 이끈 이집트 혁명의 주역-와엘 고님(Wael Ghonim)은 얼마 전 TED강연에서 놀랍게도, "인터넷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틀렸다"며, 구심없는 수평적 네트워크에 대한 찬양을 거둬들인다. 헌데 고님의 반성은 현재 한국의 정세에도 시의적인 반성이지 않을까. sns는 호기심과 문제의식, 부과된 억압 등을 개인적으로 해소시키는 일을 방조하는 동시에 세계의 사건들에 대한 인지의 가능성을 무한히 열어 놓는다. 어쩌면 이는 양날의 검, 현재의 조건이자 한계일 것이다. 예컨대 이집트의 정치적 조건- 권위주의적 폭압정치, 정보의 흐름에 대한 통제 등의- 에서는 정보에 대한 접근가능성을 확장시키는 sns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진실된 정보와 기만적 정보를 명증하게 분리되.. 2017. 4. 1.
비망록 2016년 12월 12일 이데올로기 투쟁은 그 자체로 현실을 만드는 실제적인 투쟁이다. 우리가 언어의 외부에서 사고 할 수 없는 한, 현실은 언제나 언어를 통해 매개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1917년의 러시아 10월 혁명이 열어젖힌- 물질화된 사회주의 국가들의 연속적인 출현이 마르크스의 이라는 단 한권의 책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 20세기의 위대한 사회주의적 실험들이 처한 사후적인 비난으로부터의 반동으로 출현한 이런저런 수평적이고 탈 위계적이며 탈 중심적인 실천들을 보고 있자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직립보행을 위해 걸음마를 시도했던 아기가 자빠져 무릎을 다치니까- 아예 걸음마를 걷지 못하도록 발을 잘라 땅에 찰싹 붙어 수평적으로 기어다니게 한다고? 그러다 팔꿈치 뼈가.. 2017. 4. 1.
혐오의 문제설정을 돌파하고 싶다 2016, 12, 10/25에 작성된 글 El Lissitzky, New Man(1923) 1.여성은 남성과 달리 인간으로서 자신을 재현할 수 있는 자격으로부터 역사적으로 배제되고 탈락되어 왔다. 따라서 그들이 가장 쉽게 기대는 것이, 어쩌면 그 자신들의 계쟁을 조직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경유하게 되는 것이 바로 정체성일 것이다. 정체성은 근본적으로 생물학적이고 형태론적인 문제설정에 기댈 수 밖에 없으며, 따라서 정체성은 '내용/의식'에 조응하는 기의가 아닌, '형식/육체'에 조응하는 기표의 문제다. 그런 맥락에서 논란이 되었던 DJ DOC의 '미스박'이라는 표현은, 기표 그 자체로서 충분히- 역사적으로 배제되어온 '여성'이라는 육체의 지위를 희화화 시키는 시도로 여겨질 수 있다. 공산주의자를 속되게 이르.. 2017. 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