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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25

조재작가 개인전 리뷰 무언가 알 수 없는 형상으로 펼쳐진 잡동사니들, 그들과 비슷한 정도로 형해화된 페인팅, 전시공간에 5분마다 흘러나오는 경쾌한 음악. 이들은 우리가 에서 확인 할 수 있는 전시의 3가지 측면들이다. 언뜻 서로 무관하게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 부분들은 모두 일관된 방법론을 통해 도출된 결과물로서, 도시 구석구석에서 채집한 오브제들과 심상들에 대한 작가의 무의식적 구성/반응을 근간에 두고 있다. 즉 조재가 행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공정인 셈이다. 1. 도시를 걷고, 2. 자질구레한 오브제를 줍고, 때론 구매하며 3. 도시의 풍경으로부터 어떤 종류의 인상(impression)을 받은 채, 4. 이러한 인상을 바탕으로- 앞서 주웠던 오브제들을 사용하여 특정한 형상을 조립하는 것. 물론 우리는 그녀가 걸었던.. 2018. 10. 26.
율리안 헤첼과 역사적 상황주의의 흔적들 율리안 헤첼의 (2018; MMCA 다원예술 프로젝트)는 자신의 전작들을 발전시킨 작업으로서 (2011)와 (2016)을 전거로 삼는다. 가 2000유로의 예술 지원 기금으로 매일 1유로씩 콩고의 어린이를 후원함으로써 예술을 곧 바로 사회의 이용요구에 편입시키는 프로젝트였다면, 은 적출된 인간의 지방으로 만든 비누를 판매할 수 있는 공정을 설계하는 작업이다. 전자에서 중점이 되는 것은 선물경제와 일치하게 된 예술 작품이 드러내는 한계와 예술 본연의 무능함 사이의 긴장이고, 후자에서 다루어지는 것은 죄책감과 선의가 자본순환을 위한 이데올로기적 도구로 동원되는 역설적인 풍경이다. 물론 강조하는 지점은 다르지만, 양자 모두 기부를 일종의 이데올로기로 간주하고 자본주의적 경제와 증여, 기부, 후원 등의 공모 관.. 2018. 8. 30.
사라진 매체로서의 매개 비평이 다루는 매체는 세계의 특정한 사태에 대한 해석을 둘러싼 문제들이다. 그리고 그러한 해석 행위는 필연적으로 개념을 경유하기에, 나는 ‘매체로서의 개념’에 관해 얘기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오늘날 간과된, 혹은 모두가 알고 있다고 전제함으로써 피상적인 수준에서만 논의되고 있기에 ‘무시된’ 매체 중 하나는 바로 ‘매개(mediation)’라는 개념이라고 말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때 ‘매개’라는 낱말이 가닿는 내용은 다양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그것은 사회적 관계, 공적인 것이며, 혹은 사회, 국가, 시장, 화폐이고, 또는 이전에 일어났던 사건과 시간 등이다. 다시 말해 매개는 매 순간 인간의 경험과 행위를 규정하는 기제이며, 논리적 수준에선 발단 혹은 원인, 전제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2018. 7. 6.
동시대의 시간성에 개입하는 사례로서의 예술작품 인간의 규정소가 특유의 종적 방식으로 물질대사를 수행해야하는 경험세계의 ‘육신’과, 사회적 관계 속에서 부여된 ‘상징적 정체성’으로 구분될 수 있는 것처럼, 인간의 존재론에서 본질적인 것과 주변적인 것을 구분하는 작업은 대상의 속성을 파악할 수 있는 위상과 층위를 설정한다는 점에서 필수적이다. 적지 않은 철학적 작업들은 바로 이렇게 존재에서의 ‘본래적인 것’, ‘참된 것’을 탐구하는 것을 목표로 전개되어왔다. 조에(Zoe)와 비오스(Bios)의 차이를 논하며 생체적 삶과 정치적 삶을 구분하는 아감벤, ‘그저 존재함’과 ‘살아있음’을 구분하는 오스카 와일드, 존재자와 존재를 이격시키며 존재란 언제나 특정한 시간과 구체적인 상황 속에 놓인 것임을 역설하는 하이데거, 즉자적 존재와 대자적 존재 사이의 위계를 .. 2018. 7.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