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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50

비망록 2016년 12월 12일 이데올로기 투쟁은 그 자체로 현실을 만드는 실제적인 투쟁이다. 우리가 언어의 외부에서 사고 할 수 없는 한, 현실은 언제나 언어를 통해 매개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1917년의 러시아 10월 혁명이 열어젖힌- 물질화된 사회주의 국가들의 연속적인 출현이 마르크스의 이라는 단 한권의 책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 20세기의 위대한 사회주의적 실험들이 처한 사후적인 비난으로부터의 반동으로 출현한 이런저런 수평적이고 탈 위계적이며 탈 중심적인 실천들을 보고 있자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직립보행을 위해 걸음마를 시도했던 아기가 자빠져 무릎을 다치니까- 아예 걸음마를 걷지 못하도록 발을 잘라 땅에 찰싹 붙어 수평적으로 기어다니게 한다고? 그러다 팔꿈치 뼈가.. 2017. 4. 1.
<삐딱하게 보기>에 관한 메모 2017년 1월 6일 실제의 대상과 원인 사이의 관계는 사후적으로는 필연성을 띠지만, 발생론적으론 전적으로 우연성에 의해 규정된다.이는 사실판단과 가치판단 사이의 관계에도 적용시켜볼 수 있다. 칸트 식의 미적 판단과 같이 사실과 가치를 매개하는, 선험적인 단일한 논리는 현실 속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과 가치를 매개하는 단락점은 전적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주체의 객관적 조건과 주관적 역량에 의해 우연적이고 우발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소여의 일반성에 대한 어떤 저항이 출현할 수 있는 근본적인 까닭은, 바로 언어적 상징체계의 내부에 기입되어 있는 우연성, 즉 기표와 기의의 느슨하고도 임의적인 관계 자체에 있다. 이는 소쉬르의 구조주의 언어학에서부터 예고된 언어학적 전회의 탐구의 산물이며, 버틀러를 비롯한 .. 2017. 4. 1.
청혼문화와 드레비스 2017년 2월 21일 미국의 귀금속기업 드레비스가 벌인 판매전술이 오늘날까지 영미권을 비롯한 몇몇 국가들(한국도 예외가 아니다)에서의 청혼문화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은 새삼 놀랍다.이제는 '제1의 자연'처럼 주어진 것으로서 느껴지는 발렌타인데이, 크리스마스 등을 상품판매과정에서 전유해내는 기업의 홍보전략이 성공한 사례를 보고 있자면, 역시 19세기 이후 지금껏 시간을 지배하는건 '이윤'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아닌가 싶다.마르크스를 포함하여 일군의 명민한 좌파들이 해온 모든 실천은 아마도 시간을 이윤 이외의 범주로서 점유함으로써 새로운 공간을 창설하는 방식을 모색하는 일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뜬금없이 2017년에 100년 전 1917년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일 또한 그 사건이 미지의 시간성.. 2017. 4. 1.
아버지 3월 1일 아빠가 아침에 강제 기상시켜서 빌어먹을 등산을 하고 왔다. 애초 조건은 '약수터까지만' 갔다가 12시까지 하산하는 것이었는데 막상 약수터에 도착하니 아빠는 12시까지 내려가기엔 시간이 남았다며 말을 바꾸고 산능선까지 더 올라가자고 했다. 어이가 없었지만 어찌하다보니 결국 약속한 지점보다 훨씬 더 올라가게 되었다.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어서 올라가는 길에 일침을 꽂았다. "아빠는 이렇게 말을 바꾸고 사람 뒷통수를 치면 정권 못주겠다" 그랬더니 아빠가 "뒷통수 쳐야 정권잡는다"고 한다. ?? 하산하는 길에 정말 귀찮고 힘들고 아침부터 산에 있다는게 억울해서 또 일침을 날렸다. "어차피 내려올거 왜 올라왔는데? 너무 비생산적이다" 그러니까 아빠가 "그러면 왜 사는데? 어차피 죽을건데. 안 깨웠으면 지.. 2017. 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