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s50 작업을 위한 노트 제임슨에게 문화는 생산양식의 형식이다. 허나 그는 문화를 상부구조로 간주하는 고전적인 마르크스주의 교리를 재연하는 것보다 복잡하게 접근하는데, 이는 그가 기본적으로 생산양식의 본질이 서사로서 현상하는 장소로서의 문화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이는 반영이론과 조응이론의 사이에 걸쳐있는 것으로, 전통적인 맑스주의자들이 문화를 단지 생산양식의 반영으로 간주하면서 문화를 경시했다면, 제임슨에게 문화는 생산양식의 필연적인 표현형태이자 그 논리가 상연되는 곳으로서 주목된다. 나아가 신좌파들이 문화로부터 단순히 낙관적인 저항을 읽어낸다면 그는 그로부터 저항을 읽는 동시에 경제의 선차성을 강조하며 문화형식자체를 역사화함으로써 문화의 한계마저도 놓치지 않는다. 단순히 제임슨이 역사주의의 입장에 서 있지 않은 이유가 이것인데.. 2018. 2. 27. 언더조직이 대수냐 친구들아 진심으로? 최순실-박근혜의 관계를 언더조직-노동당/청년좌파/알바노조에 유비하면서 이를 운동사회 내부의 적폐로 규정하는 주장은 전략적으로 채택할 수는 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규정적이지 못한 만큼 좌파 고유의 의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기억하는 한 애초에 좌파들이 최순실 게이트에서 문제시 한 것은 그녀가 합법적인 선거를 통해 당선되지 않은 비선실세라는 사실이 아니라 보수 우파 정부의 집권에 따른 전방위한 실정과 그들이 권력을 잡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였다. 스스로를 좌파라 규정하고 그 속에서 사고하며 행위하는 이들 중 삼권분립이라는 공화주의의 이념이 침해되었다는 사실이나 정경유착의 편재 자체에서 분노를 느낀 이들은 없었을 것이다. 물론 언더조직에 가해지는 특정한 종류의 독해가 좌파고유의 문제설정과 썩 관계가 없었다.. 2018. 2. 27. 주희샘의 작업은 띵작 망원사회과학 연구실의 대모- 김주희 샘의 작업은 어쩌면 이분화된 성매매의 성격(그것이 폭력인지 혹은 노동인지를 준별하는)에 관한 논쟁이 지닌 한계에 개입하는 시도를 초과하는 함의를 담고 있는 것 같다.여성의 신체 자체가 명백히 상대적으로 열악한 조건에서 소비의 대상으로 위치지어져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 소비를 추동하는 원인이 성매매 업소와 금융제도(이들은 넓은 범주의 '재생산기구' 혹은 "이데올로기 장치"로 번역될 수도 있을 것이다)의 복합적 작용에 의해 우선적으로 매개되어 있음을 논증하는 것은- 여성성과 성적 적대라는 제 2물결 페미니즘의 주요한 개념적 축과, 섹스가 젠더의 산물이라는 버틀러식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의 전제 양자를 부분적으로 계승하면서도 동시에 비판하는 시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 2018. 2. 27. Bad New Days나쁜 새로운 날들 전시/책자 서문 Bad New Days 전시 서문 하나의 시간이 21세기를 배회하고 있다. CCCP의 시간이.소련(CCCP)의 여러 국영공장들에서 생산되던 시계는 소비에트 블록의 붕괴와 함께 영원히 잊힌 줄 알았으나 2013년, 한 기업에 의해 무덤 속에서 끌려나왔다. “CCCP의 시간(CCCP Time)”은 명품 디자이너, 알렉산더 쇼로코프가 선보이고 있는 시계 컬렉션의 이름이다. 이 브랜드는 과학, 정치, 예술의 선두주자였던 한 국가에 영감을 받아 본 컬렉션을 선보이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붉은 별과 낫과 망치가 박혀있는 이 시계가 여러 쇼핑몰을 떠돌고 있는 풍경은 어딘가 섬뜩한 기분이 들게 한다. 그것은 모든 급진적인 운동과 아방가르드의 젖줄이었던 이 심볼이, ‘지금 여기’서 얼마나 개차반이 되었는지를 압축.. 2017. 11. 16. 이전 1 ··· 6 7 8 9 10 11 12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