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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icism30

지성계에 더 이상 지속되어선 안 될 것: 증상으로서의 김지훈 (웹진 '크리틱-칼'에 선게재된 글입니다) 지성계에 더 이상 지속되어선 안 될 것: 증상으로서의 김지훈 정강산 “친구여, 모든 이론은 회색이며, 푸른 것은 삶의 황금 나무라네” -J. W. 괴테 “(...)비평가의 주된 임무는 대중의 문화적 해방에 참여하는 것이다(...)” -T. F. 이글턴 무주공산으로서의 미술 혹은 간/탈 학제의 보루 70년대 이후 미술은 간 학제의 원류와도 같았다. 그것은 작품생산에서부터 작품분석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관측되는 것이었다. 요컨대 작가는 이런 저런 영역과 매체들을 횡단하며 박식함을 뽐내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으며, 비평가 또한 정신분석학,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내지 과학, 사회학, 정치학 등을 비롯한 다양한 학제들을 적극 참조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는 소비사.. 2021. 8. 21.
국가를 역사화하기: 사회 계약에서 생명정치까지 ( 9호에 선게재된 글입니다. 인용은 출판물을 참고하셔요-) 국가를 역사화하기: 사회 계약에서 생명정치까지 정강산 “국가는 사회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자체의 모순을 갖고 있으며, 해소될 수 없고 화해 불가능한 적대로 분열되어 있다는 것에 대한 자백이다.” -F. 엥겔스 1. 들어가며: 다시 국가를 생각한다 최근 미국 대선을 둘러싸고 다시금 국가론을 독해하는 흐름이 불거져 나왔다. 결과적으로는 실패했으나, 버니 샌더스가 집권했을 때에 좌파가 전유할 수 있는 국가의 역할과 기능의 경계를 가늠하고자 했던 것이었다. 또한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 후퇴했던 국가의 기능들이 코로나19의 확산 이후 과감한 재정 지출과 부분적이고 잠정적인 국유화를 통해 대대적으로 복구되는 듯한 국면은 국가의 역할과 그 한계를 다시금 .. 2021. 4. 22.
후기자본주의의 곤충 분포도(2018), 장소보편적 곤충(2018) 생물 종의 이동은 세계물류(무역)시스템의 발전과정과 일치하며, 각 생물에 대한 관념 또한 당대의 사회적 관계에 의해 재구성되어왔다. 이 과정에서 자연은 언제나 역사의 자장 내에서 문화에 매개된 채 구축되지만, 주어진 객관적 사실으로 나타난다. 본 작업은 모더니티의 타자로서의 자연–곤충의 이동경로를 추적하며 이들이 역사의 각 단계마다 문화에 의해 굴절되어온 방식을 가늠해보고, 한국에 서식하는 특정 바퀴종과 알들을 그들이 서식하지 않는 국가로 발송하는 공정을 취한다. 이를 통해 제시되는 것은 날것의 자연과 배후지의 존재여부에 대한 질문이자 물류시스템의 효과를 가속화하는 사고실험이다. 후기자본주의의 곤충 분포도(2018), found-footages, sound, single-channel video, 17m.. 2021. 3. 31.
“상관주의와 그에 대한 불만들”에 대한 주해와 사변적 실재론에 대한 비판적 시론 “상관주의와 그에 대한 불만들”에 대한 주해와 사변적 실재론에 대한 비판적 시론 정강산 *직접인용문 내부의 ‘[]’는 모두 인용자의 주이다. 1. 퀑탱 메이야수는 『유한성 이후』에서 그가 “선조성”이라 부르는 것, 즉 칸트적 상관주의의 한계를 넘어 ‘존재’하거나 상관주의와 불화할 수밖에 없는 사유 발생 이전의 과학적 사실로서의 실재를 사유할 필요를 역설하며, 칸트의 이성비판으로 열린 공간을 “프톨레마이오스적 반혁명”이라 비판한다. 주체와 객체의 관계를 각각 지구와 외계로 유비했을 때, 주관의 표상작용으로 세계를 환원하는 칸트의 초월적 관념론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라기보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런 견지에서 메이야수는 문제의 ‘비판’ 이후의 철학은 상관주의 내부에서의 여러 변주들에 .. 2020. 9. 3.